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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내수에 갇혔던 음식료 업종 K푸드 열풍에 수출·성장株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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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료업종은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라고 불렸다. 불황 국면에도 매출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필수소비재였던 탓이다.

이는 반대로 경기가 호황 국면에서도 크게 이익이 늘어나지 않고 내수 주였던 탓에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음식료업종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K컬처와 K푸드 유행으로 해외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시장 규모를 계속 확장할 수 있는 ‘성장주’가 됐다. 국내는 낮은 출산율로 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부족을 걱정해야 하지만 이미 주요 음식료업 상장사는 수출 기업으로 변모했기 때문에 위축되는 수요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국내 음식료 시장 규모가 89조원 수준이라면 글로벌 음식료 시장 규모는 9000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에 대한 인지도 향상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코스트코, 월마트 등 미국 주류 유통채널로의 입점 확대로 한국 음식료 기업들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는 중이다”라며 “코스트코나 월마트 같은 미국 주류채널 대부분은 글로벌 유통채널로 미국 현지에서의 긍정적 판매 데이터가 축적되면 미국 밖 매장으로의 입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진출 국가 추가 확대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음식료업종 저평가 해소 추세
수출 효과로 음식료업종의 저평가 현상도 많이 해소됐다. 현재 음식료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은 코스피(9.9배) 대비 5.8% 디스카운트된 9.3배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2년 10월부터 시작되었던 디스카운트 폭은 대부분 축소됐다”면서 “분위기 반전을 가져온 요소는 삼양식품이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K푸드 수출에 대한 관심 상승과 함께 투입 원가 개선에 의한 이익 개선 기대감이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가령 불닭볶음면의 한국 가격은 1개당 1500원이지만 미국 가격은 3700원이다. 이처럼 판매단가가 높은 수출 비중이 커지면 결국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김 제조업체들이 마진율이 높은 해외에서 매출을 늘리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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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래퍼 카디비는 최근 틱톡에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만들어 먹는 영상을 게시했다. 뉴욕타임스는 까르보불닭볶음면의 품귀현상을 소개하며 그 열풍에 대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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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주들의 상한가는 최근 한 달간 드문 일이 아니다. 식료품업종 내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테마가 바뀌면서 여러 종목들이 차례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 발표로 5월 17일 삼양식품이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6월 10일엔 빨리 찾아온 더위로 빙과류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식품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11일엔 막걸리 수출 기대로 국순당이, 13일엔 불닭볶음면 소스를 생산하는 에스앤디가 가격제한폭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조대림, 사조산업, 사조씨푸드는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냉동김밥을 미국에 수출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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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기업으로 변모한 음식료주 중선두주자는 삼양식품이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올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와 상한가를 기록하며 음식료품 시총 1위를 차지했다. 농심은 높은 해외 매출 비중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에 주가가 주춤한 상황이고, CJ제일제당은 미주 지역 판매가 늘며 올 들어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 외 동원F&B, CJ씨푸드 등은 김 수출 수혜를 누리고 있으며 우양은 미국에서 냉동김밥 인기 덕에 주가가 급등했다.

삼양식품은 2024년 1분기 연결 매출액이 전년 대비 57.1% 늘어난 3857억원, 영업이익은 235% 증가한 801억원으로 컨센서스 영업이익 424억원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핵심 사업부 모두 성장했지만 52% 늘어난 면·스낵 사업부가 서프라이즈의 일등공신이다. 특히 해외 매출액은 85% 늘어나며 분기 매출액이 2860억원에 달했다.

주력 브랜드(불닭볶음면)의 코스트코·월마트 입점률이 오르는 효과와 중국 춘절 물량 반영 등에 힘입어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영업이익률도 20.8%로 지난해의 2배 수준이 됐다. 판매량 증가에 따른 영업레버리지 효과와 해외 매출 비중 확대가 마진 개선을 이끌어 낸 것이다. 삼양식품의 주요 유통 권역은 여전히 미국 서부권 중심이라 신규 지역과 채널 확장 여력이 충분하며, 내년에 생산시설 투자도 확대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가 안정화 효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닭볶음면을 중심으로 한국 라면 수출이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라면 수출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2분기 실적 호조 기대로 삼양식품의 목표주가가 83만원까지 상향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한 8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이 높은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매출총이익률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심도 해외 법인의 역기저 부담이 완화되면서 매출 성장률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엔 해외 매출은 일본, 호주, 베트남 법인 호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국 법인 매출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분기 높은 기저와 월마트 이외의 메인스트림 채널에서의 역신장으로 부진했다. 중국에서는 유베이 거래선 이관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국내, 북미 법인의 판촉·프로모션 부담 확대로 국내와 해외 모두 하락한 측면이 있다. 2분기부터는 해외 매출 역기저 부담이 완화되면서, 전반적인 매출 성장률이 회복될 전망이다. 다만 매출 성장을 위한 다양한 판촉·프로모션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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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근교의 울워스 매장에서 소비자가 ‘비비고 김밥’ 신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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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은 실적 개선 모멘텀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곡물 투입단가가 하향 안정화되고, 가공식품·스페셜티 아미노산 중심의 판매량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해외 가공식품은 미주지역 피자·만두의 고성장이 계속되고 있고 냉동밥·상온밥 카테고리도 확장 중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45%, 호주 70% 지역에서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오리온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판매량 증가세가 기대되나, 지난해 중국 법인의 역기저 부담 극복 여부가 관건이다. KT&G는 달러 강세 수혜 속에 건기식 부문의 실적 회복 강도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원재료 투입단가가 안정화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웰푸드는 국내 빙과 신제품 기대감과 인도 법인의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최근에 출시한 제로 아이스크림 제품은 20~30대이상 소비자의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제품 히트 여부에 따라 국내 빙과 부문의 매출 성장률이 크게 변화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롯데웰푸드를 비롯해 빙과류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6월 초 폭염 예고 뉴스가 나오면서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양은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냉동 김밥’이 떠오르며 연초 대비 주가가 2.6배가량 올랐다. 우양은 냉동김밥을 미국 대형마트에 수출하기로 했는데 최근 냉동김밥은 트레이더스조를 비롯해 미국에서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다. 국내 생산업체 중에선 최근 미국 진출이 결정된 사조를 제외하고는 우양이 유일한 냉동김밥 수출 상장사다. 수출 증가 수혜를 우양이 상장사 중에선 당분간 독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안타 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냉동김밥 수출액은 약 605만달러(약 8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31.5% 급증했다. 한유정 연구원은 “우양의 2024년, 2025년 예상 매출액은 각각 108억원, 197억원으로 매출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 생산품인 핫도그 대비 평균 판매 가격이 약 3배 높고, 자동화율도 높아 냉동김밥의 적정 마진은 핫도그 대비 2배 높아 실적기여도는 빠르게 상향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도 실적 개선에 한몫
수출 호조와 함께 외식 물가 상승도 음식료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이끄는 요인이다. 음식료업종 내에서는 외식 물가 상승률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을 웃돎에 따라 외식 수요가 ‘집밥’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분기 외식 물가가 3.8% 오를 동안 가공식품은 2.2% 올랐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 및 내식 식재료 포트폴리오를 가진 업체들의 매출 물량 상승이 전망된다.

주가가 빠른 기간 내 올랐지만 실적 상승이 동반된 측면이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은 적은 편이다. 현재 음식료업종 밸류에이션은 12개월 선행주가이익비율(PER) 10배 수준으로 코스피와 비슷한 수준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음식료업종 밸류에이션 상승에도 불구하고 과거 밸류에이션 감안 시 크게 부담스러운 구간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음식료업종 12개월 선행 PER은 13.4배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지금과 같은 해외 확대 모멘텀, 가격 인상, 곡물가 하락의 효과가 함께 나타난 2007년이나 2015년에 음식료업종의 PER은 20배 수준까지 올라간 바 있다. 식료품주들의 선전으로 삼양식품, CJ제일제당, 농심, 오리온, 오뚜기 등을 담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인 ‘HANARO Fn K-푸드’는 6월 14일 1개월 기준 26.8%, 3개월 기준 45.6%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다만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있다. 원재료인 곡물가격이 안정화되었던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는 다시 라니냐 발생 확률이 60%를 웃돎에 따라, 주요 곡물가가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전 세계 곡물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남미지역에 가뭄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전통적으로 라니냐 시기 주요 곡물가격 변동성이 확대된다. 따라서 향후 라니냐 발생에 따른 주요 곡물가가 하반기 추세적으로 반등할 것인지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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