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트럼프때 보다 심해" ‘토론 폭망' 후 커지는 ‘질 바이든과 측근들’ 책임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TV토론을 마치고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27일 대선 첫 TV토론회 참패 여파가 거세다. 선거캠프를 비롯한 민주당 안팎에서 책임론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최측근에 둘러싸여 정확한 상황 판단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미 인터넷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전·현직 보좌관들이 지난 TV토론 결과에 충격을 받고 바이든 대통령이 2번째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이번 실패의 가장 큰 책임으로 바이든 대통령 및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핵심 측근들이 '인의 장막'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고 전했다.



백악관 직원 “최측근 만류로 대통령 보필 어려워”



중앙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오른쪽) 여사와 질 여사의 수석 보좌관 앤서니 버널이 지난달 4일 열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총기 불법 소유 혐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 전현직 관리들은 특히 질 여사와 그 측근인 앤서니 버널 수석 보좌관, 애니 토마시니 백악관 부실장 등이 바이든 대통령 주변을 에워싸면서 대통령이 사실상 고립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백악관 거주 공간에서 상주하는 직원들조차 최측근들의 만류로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정확한 상태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전직 백악관 직원은 악시오스에 “질 여사가 대통령을 너무 보호하고 버널 보좌관은 질 여사를 보호했다”며 “그들이 우리가 (대통령과 자신들을 위해) 일하는 걸 원치 않아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때에도 대통령 가족과 상주 직원간의 거리가 이처럼 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현직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에 익숙지 않아 일부 직원들은 (기존 근무 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반면 버널 수석 보좌관, 토마시니 부실장 등 질 여사의 측근들은 백악관 거주지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질 여사는 바이든의 문지기”



중앙일보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달 2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대선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질 여사와 그 측근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은 전부터 제기돼 왔다. 뉴욕타임스(NYT)의 백악관 출입 기자인 케이티 로저스는 지난 3월 출간한 책 『아메리칸 우먼: 현대 퍼스트레이디의 변화』에서 “바이든 대통령 고위 참모들에게 질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문지기’”라고 평가했다. 백악관 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너 서클(inner circle)’에 들어가려면 질 여사를 거치는 게 필수라는 얘기다.

버널도 백악관의 주요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저스 기자는 버널이 대통령 부인의 집무실이 있는 이스트윙을 총괄하는 수준을 넘어, 대통령 참모들이 일하는 웨스트윙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책에서 “버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충성스럽다”며 “누군가는 그가 질 여사를 위해 과속하는 기차 앞으로 걸어갈 거라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견고한 3인방 장막…바이든에 직언 힘들어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참모 3인방에 대한 비판도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NYT는 대통령의 심복 3명으로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 마이크 도닐런 백악관 선임고문, 테드 카우프만 전 상원의원 등을 꼽으면서 “이들은 수십년간 바이든을 충심으로 보필했지만, 평균 연령 71세의 좁은 ‘이너 서클’에 대한 불만도 크다”며 “‘인의 장막’이 너무 견고해 다른 이는 직언하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측근에 속았다. 바이든 물러나야”



중앙일보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애니 토마시니 백악관 부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TV 토론 참패 후 민주당 진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들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 백악관 사진 부국장 챈들러 웨스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그들은 바이든이 감기에 걸렸을 뿐이고 ‘안 좋은 밤’을 겪었다고 했다”며 “하지만, 그들 모두는 몇 달 내내 ‘조가 몇 년 전처럼 강하지 않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제는 대통령이 물러날 때”라고 직격했다. 챈들러 부국장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1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백악관에서 근무했다.

민주당과 바이든의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인 존 모건 변호사도 SNS를 통해 클레인 전 비서실장과 그의 부인 아니타 던 전 백악관 선임고문, 개인변호사 밥 바우어 등을 거론하며 “바이든은 너무 오랫동안 던과 그의 남편(바우어)의 가치에 속아 왔다. 그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 중 일부도 토론회를 준비한 클레인 전 비서실장 등 참모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바이든은 여전히 그들을 신뢰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