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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군대 안 갈래"…격렬해지는 이스라엘 '하레디' 징집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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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유대교 초정통파인 '하레디' 예시바(종교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자신들에 대한 군 징집 결정을 내린 대법원 판단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재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초정통파 정당 지도자가 탄 차량에 돌을 던지고 거리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가 격화하면서 점차 이스라엘의 정치, 안보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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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초정통파 유대인 남성들이 징집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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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하레디 학생들은 이날 이스라엘 예루살렘 거리에서 최근 이스라엘 대법원의 하레디 징집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검은 모자와 검은 의상 등 하레디를 상징하는 모습으로 나타나 징집 반대 구호를 외쳤다. 일부 현수막에는 "우리는 법원에 선언한다: 우리는 죽어도 입대하지 않을 것이다", "군대가 아닌 감옥으로" 등 과격한 문구가 담겼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연정 중인 두 하레디 정당 중 하나 '토라 유대교 연합당'의 이츠하크 골드노프 대표의 차에 돌을 던져 5명이 체포됐다. 거리 곳곳에서 불을 지르는 시위대의 모습도 여럿 포착됐다.

현지 경찰은 성명에서 "시위대가 경찰관에게 물건을 던지고 쓰레기통에 불을 붙였다"며 "이들이 던진 물체에 머리를 맞은 여경을 포함해 여러 경찰관이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물대포를 사용하는 등 일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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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초정통파 유대인 남성들이 징집 반대 시위를 벌이면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대법원은 군 의무 복무가 모든 국민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하레디의 병역면제 혜택에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군 복무를 면제받았던 하레디의 징집이 가능해지면서, 이스라엘 정치·안보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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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시위는 앞서 이스라엘 대법원이 하레디에 대한 군 징집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격화됐다.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대법원은 초정통파 학생들에 대한 군 복무 면제 관행을 지속할 법적 틀이 없다며 군이 이들을 징집하고 군 복무를 하지 않는 한 국가보조금도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병역 면제받은 하레디 청년이 6만3000여명에 달해 엄청난 인원임을 지적하며 "보안법 조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복무 의무자와 면제자 사이에 심각한 차별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이 한창인 지금 불평등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다"며 "이 문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레디 학생에 대한 군 면제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자인 다비드 벤 구리온과 초정통 공동체 사이의 타협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400명의 젊은 하레디 남성이 예시바 또는 종교 학교에 등록하면 군 복무가 면제됐다. 그러나 이후 군에서 면제된 초정통파의 수가 6만명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큰 부담이 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까지 일어나면서 병력 부족에 대한 부담은 최근 더 가중됐다. 최근에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우려도 고조되면서 하레디의 징집 반대 시위가 계속 이어질 경우,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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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브네이 브락에서 경찰이 고속도로를 막고 군대 징집 반대 시위를 하고 있는 초정통파 '하레디' 남성들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 25일 이스라엘 대법원은 “하레디의 병역면제 혜택에 법적 근거가 없다”라며 군 의무 복무가 모든 이스라엘 국민에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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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의 결정에 초정통파 지도자들이 즉각 반발하면서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골드노프 대표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매우 불행하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연합의 또 다른 하레디 정당인 샤스의 지도자 아리예 데리는 토라(유대교 경전)를 공부하는 게 "창조자가 약속한 대로 모든 적에 맞서는 우리의 비밀무기"라며 "이스라엘 백성이 토라를 공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은 없다"고 비판했다.

WSJ은 이들 정당 지도자들의 주요 정치적 목표가 하레디의 병역 면제를 통해 평생 토라를 공부하도록 보호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이같은 결정이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에 더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jihyu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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