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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공생 해법은 '비상경영'…SK '질적성장' 첫 주자로 나선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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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SK온, 비상경영 선언 주요 내용/그래픽=김현정


SK온이 SK그룹 첫 번째로 '내실화를 위한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은 전체 계열사 중 가장 거센 글로벌 사업환경 변화에 직면해서다.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키워온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이라는 큰 산을 맞닥뜨렸다. 시장 안착을 위해 매년 수조원대 설비투자도 불가피한 상태다. SK그룹으로선 배터리를 계속 육성하면서도 배터리 사업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이 SK온의 '비상경영' 돌입이었던 셈이다.

SK온은 1일 오전 전체 임원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 경영전략회의 결과가 나오고 하루 만에 SK온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며 "SK온의 상황을 감안할 때 정해진 미래였다"고 평가했다.

SK그룹은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이상 화상 참석),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우리에겐 '질적 성장' 등 선명한 목표가 있다"며 "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 시장에 기대와 신뢰로 보답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업계는 핵심 먹거리로 집중 투자했으나 지금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된 SK온을 둘러싼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K온은 2021년 말 출범 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올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상황에서 빚을 내 설비투자를 지속해온 여파도 크다. 지난해 이자비용은 4698억원으로, 2021년 200억원대에서 약 20배 급증했다. 그렇다고 설비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SK온이 올해 계획한 설비투자는 7조5000억원이다. SK온의 재무위험이 SK이노베이션을 타고 올라가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 최 회장이 7년만에 '서든데스(sudden death: 돌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최고경영진은 그러면서도 배터리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 올해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은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캐즘은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한 SK온에게 위기이자 좋은 기회", "통상 제조업은 첫 5년은 손해가 나기 마련" 등의 메시지를 던졌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도 "기업 경영은 2~3년이 아니라 5~10년 앞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 "전략적 방향성은 맞다는 확신이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지난달 최 부회장이 SK온에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하고, 유정준 부회장이 SK온에 부임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최 회장의 동생이고, 유 부회장은 최 회장의 최측근이다. 같은 달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에 SK온이 4000억원대 출자를 예정대로 한 것 역시 그룹의 배터리 육성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변화는 필요했다. 지금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 될 조짐이 보이면서 배터리 소재, 배터리, 완성차 등 전기차 밸류체인 전반이 일제히 투자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일부 기업은 원가절감 TF(태스크포스)까지 가동했다. 아직 투자 목표를 조절하진 않았으나,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SK온도 마찬가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전략회의 결과를 보면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에 '사업은 그동안 많이 벌려놨으니, 이제 질적성장을 추진해 빨리 돈을 벌어라'는 주문을 한 것"이라며 "SK온의 비상경영 선언도 이 일환으로 보인다"고 했다. SK온 관계자는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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