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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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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도, MS도 회사 통째 구매... 실리콘밸리 뉴노멀 된 '인수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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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직원 채용 목적 스타트업 인수
애플 32개, 메타 18개 등 경쟁적 확보
AI 인재 확보 경쟁, 인수 경쟁으로 확전
한국일보

인공지능을 형상화한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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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원격 협업 플랫폼 업체 '멀티(Multi)'를 최근 조용히 인수했다. 멀티는 지난달 24일 공지를 통해 "오픈AI에 합류한다"며 내달 말까지 멀티의 모든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멀티는 구글·드롭박스 등을 거친 엔지니어들이 2019년 설립한 회사로, 전체 직원 수는 10명이 안 된다. 테크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이번 거래는 기술적으로 인수이며, 멀티 팀의 대부분(약 5명)이 오픈AI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오픈AI의 멀티 인수는 '인수 고용'(Acqui-hiring)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인수 고용은 기업 경영권이 아니라 인재 채용이 목적인 인수를 일컫는 말이다. 피인수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인수 즉시 폐기되는 게 일반적이다. 인수하는 기업의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이 같은 인수 고용이 확산하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 이후 치열해진 AI 인재 확보 경쟁이 스타트업 인수 경쟁으로 옮겨붙고 있는 것이다. 인수 고용은 기업가치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도 보장된다는 점에서 피인수 기업도 선호하는 카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채용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AI 스타트업들은 더 많은 현금은 필요로 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라며 "AI 고용 인수라는 새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재 모시려... 실리콘밸리 고용 인수 바람


기업을 통째로 사서라도 인력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AI 인재가 그만큼 귀해서다. AI 모델을 처음부터 구축하고 훈련해 본 전문가는 극소수인데, 기술뿐 아니라 금융·유통·제조 등 사실상 전 분야에서 AI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고용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AI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면서 자금력이 큰 빅테크들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32개의 AI 스타트업을 사들이며 인수 경쟁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는 18개, 아마존은 17개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3월 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와 사실상의 고용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의 AI 모델을 사용하고 직원들을 MS에 고용하는 조건으로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알파고' 개발사 구글 딥마인드를 공동창업했던 무스타파 술레이만 인플렉션AI 공동창업자 등 약 70명이 MS에 합류했다.

아마존 역시 지난달 28일 AI 스타트업 어뎁트와 유사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로부터 누적 4억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한 AI 스타트업 어뎁트의 기술을 사용하고 두 명의 공동창업자를 포함한 임직원 대부분을 영입했다고 한다. 아마존은 메타, MS 등과 어뎁트 인수를 놓고 경쟁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일보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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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탈 쓴 고용 인수, 미·EU 타깃으로


시장에서는 MS와 아마존이 반독점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인수 대신 '인수 성격의 파트너십'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크크런치는 "어뎁트는 임원진 대부분이 떠나며 껍데기만 남은 인플렉션AI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며 "경쟁 당국은 이런 유형의 AI 고용 인수에 점점 더 개입하게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법무부는 MS와 인플렉션AI의 파트너십이 독점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지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경쟁 담당 집행위원도 로이터통신에 "이 같은 관행이 합병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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