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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TV토론 망했지만, 바이든 "이기겠다"…사퇴론 잠재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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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노쇠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후보 사퇴론이 불거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하며 위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토론회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달라진 추세를 보여준다면 민주당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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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뉴욕주 프랜시스 S. 가브레스키 공항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의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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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뉴욕주 이스트햄프턴에서 열린 선거 모금행사에서 대선 승리를 약속하며 지지자들의 불안을 달래는 데 치중했다. 그는 모금 행사에 참석한 약 150명의 지지자 앞에서 "토론에 대한 우려를 이해한다"며 "나도 안다. 나는 좋은 밤을 보내진 못했지만 그건 트럼프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전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내가 젊지 않다는 걸 안다. 예전만큼 잘 걷지 못하고 예전만큼 토론을 잘하지도 못한다"며 "하지만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안다"면서 중도하차론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때보다 훨씬 활기 넘치고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7일 첫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주장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하거나 갈 곳을 잃은 듯 방황하는 눈빛을 보이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패닉에 빠뜨렸다. 토론 뒤에는 도움을 받으며 무대 계단을 한 칸씩 내려오는 모습이 노출됐다. 안 그래도 81세의 바이든 대통령이 4년 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우려가 크던 차에 '역시 무리였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즉각 후보 교체론이 터져 나왔다. 진보 성향 NYT마저 사설을 통해 "조국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했다. NYT는 별도로 민주당 기부 큰손들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설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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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NN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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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측은 발 빠르게 위기 진화에 나섰다. 바이든 캠프는 토론 직후 국회의원과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홍보 활동을 진행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아니타 던 백악관 선임고문은 언론에 등장해 "토론은 대선 캠페인의 한순간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문제는 '대통령이 중도 포기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이번 토론이 잘못됐다면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도 '바이든 구하기'에 동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선거는 진실을 말하고, 옳고 그름을 알고 미국인들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 사이의 선택"이라며 "(토론이 있던) 지난 밤에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 많은 게 걸린 이유"라고 썼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엑스에 "바이든은 지난 3년간 견고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트럼프가 남긴 수렁에서 미국을 구해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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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X(옛 트위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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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토론 직후 여론조사에서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TV토론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단 응답은 46%로 토론 전에 비해 되레 2%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단 응답은 토론 전후가 44%로 같았다. 모닝컨설트의 28일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토론을 전후로 44%에서 45%로 높아진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로 동일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졸전했단 평가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을 '차악'을 뽑는 선거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스트햄프턴 모금 행사에 참석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앨런 파트리코프는 "오늘 본 바이든은 토론과 달랐다"며 "어쨌건 나의 선택은 바이든과 트럼프 중 하나다. 바이든은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을 명예롭게 대표할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선거 자금 모금도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TV토론이 열린 27일 밤부터 만 하루 동안 2700만달러(약 373억원)의 자금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5월 한 달 모금액(약 8500만달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이번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여전히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WSJ은 향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경합주에서 승리 가능성이 멀어질 경우 모금이 부진하면서 후보 사퇴론이 거세질 수 있다고 짚었다. 폴리티코 역시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 밀어줄 사람이 어느 정도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과 달리 당 대선 후보를 공식적으로 확정할 전당대회도 열리기 전 일찍 첫 대선 후보 토론이 진행된 것이 바이든 입장에선 교체론을 부른 면도 있다. 다만 외신들은 현재로서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새로 출마한 후보들을 두고 8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를 진행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 만약 전당대회 후 사퇴할 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새로운 대선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에서 현직 대통령이 연임 시도를 포기한 건 1968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그는 경선이 본격화하기 전인 3월에 출마 의사를 접었고 이후 허버트 험프리 당시 부통령이 대신 후보로 나섰으나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리처드 닉슨에게 패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한다고 해도 새 후보를 둘러싼 당내 혼란이 불가피해 공화당이 이득을 볼 수 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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