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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대중문화계 덮친 AI]②터미네이터 현실로…밥그릇 넘보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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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위협받는 일자리’

미국·일본 연예계 파업…위기인가 기회인가

“배우·작가 자리 잃고 신예 발굴 어려워”

“AI 도구로 활용하면 좋은 기회될 것”

편집자주대중문화계가 AI(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작비 절감과 풍부한 영상 제작은 장점이다. 아역배우나 동물 촬영의 어려움도 해소할 수 있다. 반면 대중문화계가 AI 기술을 활용할수록 연예인들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 광고나 보이스피싱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대중문화계에 스며든 AI 기술은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AI 기술의 활용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 제도적 보완점은 무엇인지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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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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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을 중시하는 미국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반겼다. 유명 거장들은 시간·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AI를 제작에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작가조합(WGA)과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지난해 63년 만에 동시 파업했다. 이들은 AI가 할리우드 배우·작가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산업 전반이 잠식될까 우려했다.
“밀려드는 AI, 노동자 권리 보장하라” 업계 반발
주요 국가에서는 AI가 대중문화계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미국 작가조합과 배우조합은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 AI 확산에 따른 권리 보장 등을 요구했다. 작가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본 생성을 막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AI로 인한 일자리 위기감을 반영해 의료·연금보험 강화, 불합리한 오디션 관행 개선 등도 요구했다.

일본 연예계 종사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AI가 콘텐츠를 생성할 때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는지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정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각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 정비와 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배우, 작가, 연출자 외에도 향후 시각효과 전문가나 편집기사, 특수분장 등 제작 관련 다른 전문직들도 AI로 인해 일자리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딥보이스 기술이 성우들을 대체하는 등 프리랜서 노동자들도 위태롭다는 데 업계 의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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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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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시장 9200조원…디지털 콘텐츠 일자리 타격
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챌린저 감원보고서를 보면 미국 기업들이 8만명가량을 감원했는데, 이 가운데 5%(3900명)가 AI 때문으로 조사됐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간 생성형 AI가 9200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보고서에서 “AI가 전 세계 3억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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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흉내 내기 어려운 사회적 기술로 일자리로는 작가, 연극·영화·영상 전문가, 사회복지 종사자, 전문 서비스(연구·교육·문화·예술 등)가 꼽히지만, 미·일 배우·작가들이 파업도 불사하며 60년 만에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모습에서 절박함이 감지된다. 미국 학계에서는 내년까지 문화 콘텐츠 제작의 90% 이상이 AI 기술의 도움을 받거나 기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향후 AI가 대중문화계 일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를 보면 향후 20년간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는 341만개로 예상된다. ‘업종별 인공지능 기술 및 서비스 이용률’ 통계에서 ‘예술 스포츠 서비스업’은 21.1% 비중을 차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디지털 심화대응 실태 진단’ 통계를 보면, 디지털 심화 시대에서 가장 우려되는 쟁점 분야로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장’(43.3%)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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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좁아져” vs “도구로 활용 기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역시절을 AI 기술로 만들고, 향후 AI 배우가 나온다면 새 얼굴을 발굴할 기회가 줄고 유명 배우도 사라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초기 스크립터를 AI로 만들다간 창작자들의 성장이 단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해 일정 패턴을 만드는 AI와 인간의 창작은 결이 다르다. 인공지능은 한계가 명확하다. AI는 초기 단계에 드는 비용·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고차원적인 작업까진 불가능하다. 산업·창작자·소비자 관점에서 세분된 논의가 필요할 때”라고 바라봤다.

AI 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자본 절감의 이점을 살린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신철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인류는 새 기술의 등장을 늘 경계해왔다. 120년 전 자동차가 대중적으로 도입될 때 마차 산업이 붕괴했지만, 자동차 제조, 수리, 운송 등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인터넷 도입으로 소매업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전자상거래, 웹 개발, 디지털 마케팅 등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바라봤다.

신 집행위원장은 “AI가 모든 창작 과정을 대체할 수는 없고, 어디까지나 도구의 역할을 할 뿐”이라며 “중요한 것은 활용방법인데, AI를 통해 더 많은 창작자가 영화·영상 제작에 참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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