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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2024 북한인권보고서, 비교해보니…새롭게 등장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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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 인권 증진 정책, '첫머리' 기재
국제사회 결의·공조 촉구...설득력 높여
새로운 증언과 사진...풍부한 사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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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 27일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 보고서 목차에는 '북한인권 증진 정책·노력'이라는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통일부 제공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지난 27일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에서 추진 중인 정부·민간 차원의 활동을 가장 먼저 소개하며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의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수록된 북한 인권 침해 사례는 지난해보다 소상하게 수록돼 설득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대부분 공식 자료가 아닌 증언에서 비롯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기존 508명의 진술에 141명을 추가 조사하면서 정보의 구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북한 인권 증진 정책·노력' 첫 상단에...국제사회 동참 촉구

2024 북한인권보고서 목차를 살펴보면 '북한인권 증진 정책·노력'이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해 보고서에는 없던 항목이다. 소제목이 '정부·유엔의 북한인권 증진 정책·노력'인 만큼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에는 지난해 12월 수립된 북한인권 증진 종합계획을 시작으로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국립북한인권센터 건립 등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책들이 소개됐다. 이어 북한인권 상호대화 등 민간 협력 사항이 적시됐고, 유엔(UN)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하기에 앞서 국내에서 그 당위성을 먼저 확보했다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올해 보고서에서 새롭게 확인된 또 다른 목차는 '관심 이슈'라는 항목이다. 소제목은 △정보 통제 △강제 북송 △해외 파견 노동자 △코로나19 등이다. 북한인권센터가 보고서를 발간하며 지난해와 차이점을 보인다고 언급했던 대목이다.

정보 통제는 '북한 3대 악법'으로 지적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년), 청년교양보장법(2021년), 평양문화어보호법(2023) 등을 중심으로 작성됐다. 모두 외부 정보의 유입 및 확산을 막기 위한 법령이다. 북한이 관련 법령을 차례로 제정한 점을 미뤄보면,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위기감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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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권보고서에 새롭게 공개된 북송자 주요 이송 경로와 북송 관련 보위부 위치. /북한인권보고서 갈무리


한 탈북 남성은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공개처형을 봤고, (처벌 대상자는) 농장원으로 22살"이라며 "재판관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괴뢰 놈들(남한)의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다'고 읊어줬는데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르면 다량의 적대국 영화, 녹화물 등을 유입·유포했거나 집단으로 시청하도록 조장한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한다. 청년교양보장법은 절도, 도박, 살인 등 범죄 예방을 위한 계도로 보이지만 '우리 식이 아닌' 춤, 말투, 대화, 옷차림 등에 대해 금지하고 있어 그 궤를 같이한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의 경우 '괴뢰(남한)말투 사용·유포죄'에 저촉된다면 사형에 처할 수 있다.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 과정에서 겪는 고문과 가혹행위들도 상세히 소개됐다. 특히 강제 북송된 여성 탈북자에 대한 인권 침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에 실패해 송환된 여성들은 체강검사(자궁검사), 구금 중 성추행 및 성폭행, 성희롱, 강제낙태 등을 경험했다. 특히 북송 과정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인권 침해 증언들이 이어졌다.

한 탈북 여성은 "동료 수감자가 새벽 1시경에 울면서 감방으로 들어와서는 저에게 '비서가 찾으니 남자 직원 탈의실로 가라'고 했다"며 "그곳(남자 직원 탈의실)에서 저 역시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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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 실태에 대한 증언은 지난해 9건에서 올해 20건으로 늘어났다. 현장 사진 자료 역시 새롭게 공개됐다. /북한인권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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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 노동자 증언 9건→20건...'억류자' 코너도 새로 편성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실태 증언은 지난해 9건에서 올해 20건으로 사진 자료와 함께 기록됐다. 또한 파견 지역과 상납금의 총액 및 세부내역, 노동자의 실지급 임금을 도표로 구성해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어 16줄에 그쳤던 근로 환경은 4쪽가량으로 확대되며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특히 안전 장비 없이 지붕에 오르는 모습이나 열악한 컨테이너 생활이 사진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북한의 후진적 보건 환경도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에 따라 두만강을 수원지로 하는 수돗물의 공급을 모두 중단시켰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경구용 예방약을 개발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탈북자는 "2021년 가을경 북한 당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경구용 예방약을 가지고 일부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했지만, 예방약을 투약한 주민 일부가 부작용으로 쓰러지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중단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에 두려움을 느낀 북한 주민들은 버드나무와 측백나무를 달인 물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많은 이들이 산과 들로 나무를 구하러 다녔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장마당이 폐쇄되고 건설·조업 등 현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금지된 데다, 국경 봉쇄 조치가 이어지며 물가가 크게 상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올해 보고서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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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가족 및 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뒤로 게재된 '세송이물망초'는 납북자 등의 송환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미의 상징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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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범수용소,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 등 특별사안에 해당하는 내용은 세 번째 목차로 배치됐다. 지난해에는 가장 아래에 위치했던 항목이다. 또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억류자'를 특별사안에 포함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억류자'는 딱 한 번 언급됐다. 이마저도 '임시수용시설 중에서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가 주로 이뤄지는 연합지휘부 사무실 등에서는 억류자에 대한 노동력 동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에 그친다. 올해 보고서에는 억류자 항목을 따로 편성해 억류자의 정의, 그간의 피해 사례, 현재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소식 등을 공개했다.

북한인권보고서는 지난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2018년부터 작성됐지만 남북관계 영향 등을 고려해 3급 비밀로 비공개됐다. 하지만 북한 인권을 대내외적으로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따라 지난해 3월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북한인권보고서는 통일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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