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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조국 위해 사퇴해라”… 美 진보 진영, 바이든에 등 돌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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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권자 절반가량이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대선 TV 토론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후보교체론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유거브가 토론 이후 미국 성인 2648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민주당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누구를 후보로 지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택했다. ‘조 바이든’을 택한 응답자는 30%였고 ‘잘 모르겠다’가 2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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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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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공화당 후보에 대한 같은 질문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응답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다른 사람’은 38%, ‘잘 모르겠다’는 18%였다.

각종 온라인 베팅·예측시장 사이트에서도 바이든의 재선 성공 가능성은 하락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정치 이벤트 예측시장 사이트 ‘프레딕트잇’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토론 전 주당 48센트였다가 토론 후 29센트까지 떨어졌다. 28일 오전에도 여전히 30센트 선에 머물고 있다.

그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전 53센트에서 토론 후 58센트로 올랐다. 예측시장은 사용자들이 특정 이벤트의 결과를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내다보고, 실현되면 기대 수익을 얻게 되는 방식이다. 주가가 높을수록 많은 사람이 가능성을 크게 본다는 의미다.

여러 베팅·예측시장 사이트의 실시간 확률을 평균해서 보여주는 ‘일렉션베팅오즈’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률은 토론 직전 36%에서 토론 종료 3시간 후 22%까지 하락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전날 대비 2.7% 상승한 58%로 나타났다.

◆대선 TV 토론 어땠길래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경직되고 활기 없어 보였으며,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나 웅얼거렸다. 또 맥락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하고 중간에 입을 벌리고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81세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논란이 증폭됐다.

민주당 안팎 진보진영마저 “조국을 위해 사퇴하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칼럼에서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공직 성과를 칭찬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어제 토론의 퍼포먼스를 다시 살펴보고 후보직에서 사퇴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참한 토론 퍼포먼스로 나이 등에 대한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가 ‘미국을 위한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토머스 프리드먼도 NYT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를 고집하고 트럼프에게 패배한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들은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세계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NYT 논설실은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경선에서 하차해야 한다’ 제하의 사설에서 “바이든이 현재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봉사는 재선 도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NYT는 “그는 연임 시 뭘 이뤄낼지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트럼프의 도발에 대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최소 한차례 이상 문장을 끝까지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와 바이든이 안고 있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안정을 위험에 처하게 할 필요가 없다면서 “트럼프 2기 집권에 맞서 명확하고 강력하며 에너지 넘치는 대안을 제시할 준비가 더 잘 갖춰진 (다른) 민주당 지도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NYT 논설실은 민주당에도 “바이든이 대선 경쟁을 계속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를 대신해 11월 트럼프를 쓰러뜨릴 더 역량 있는 누군가를 선택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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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미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경제, 낙태, 불법 이민, 외교,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등 주제마다 격돌했다. 애틀랜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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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교체, 가능할까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당 지도부나 원로들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한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은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움직임은 진짜 있다”면서 “상·하원 원내대표 등이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하도록 하는 데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셀 오바마 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후보를 교체하긴 쉽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당내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데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관두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려면 이들 대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서 반란을 일으켜야 하는데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사례도 없다고 NYT는 보도했다.

◆교체 반대 목소리도…첨예

후보 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지를 보이고 후보 교체가 대선 승리를 보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토론이 잘 안 될 때가 있다면서 “그런데도 이번 선거는 여전히 보통사람들을 위해 싸워온 누군가와, 자신만을 생각하는 누군가 사이의 선택”이라고 썼다. 이어 “진실을 말하고, 참과 거짓을 구별해 그것을 그대로 미국인에게 전하는 사람과, 자기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누군가 사이의 대결”이라며 “(TV토론이 열린) 지난밤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11월(대선)에 그렇게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존 페터먼 상원의원도 SNS에 “토론 후에 바이든 대통령의 어깨에 올라탄 민주당 독수리 떼에 합류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험난한 토론이 한 사람과 그 사람의 성과 총합이 아니라는 것을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자신이 2022년 11월 선거 때 토론에 패배하면서 선거에서 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록적인 5%포인트 차로 승리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진정하라”고 덧붙였다.

바카리 셀러스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원은 “바이든은 아무 데도 안 간다”면서 “바이든은 토론에 졌고 안타깝다. 그러나 이제 겨우 6월”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바이든을 대체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레첸이나 개빈 등을 공천하지 않으니 아무렇게나 (후보) 조합을 만들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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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조지아공대 캠퍼스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기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 토론은 애틀랜타 CNN 본사에서 9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애틀랜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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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할 수 있다”…일축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의지를 강조하며 당 안팎의 후보교체론에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실내 유세에서 “나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오직 하나의 이유로 왔다. 11월(대선)에 이 주에서 이기려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진심으로 내가 이 일(대통령직)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정말 솔직히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맥락에서 벗어난 발언을 하고, 지속적으로 말을 더듬은 데 대한 혹평을 의식한 듯 “나는 내가 젊은 사람이 아님을 안다”며 “나는 과거만큼 편안하게 걷지 못하고, 옛날만큼 술술 말하지 못하고, 과거만큼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아는 바를 확실히 알고,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를 안다”면서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고, 이 일(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알며, 일을 어떻게 완수할지를 안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수많은 미국인이 그렇듯,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남을 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인 2026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자리에 있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어떤 것보다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선캠프 공보 담당인 마이클 타일러는 이날 뉴욕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기내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른바 후보교체론 관련해 “그에 대해서는 어떤 논의도 없다”면서 “민주당 유권자들은 조 바이든을 후보로 뽑았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라고 단언했다.

고령 우려에 대해선 “바이든 대통령은 81세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78세이기 때문에 나이는 이번 선거에서 차별화가 안 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무대에서 최고의 밤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나쁜 비전을 가진 후보보다는 차라리 안 좋은 (토론의) 밤을 보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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