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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변칙왕' 트럼프, 4년 전과 달라졌다…'모범생' 바이든은 버럭 [미 대선 첫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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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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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78)는 야금야금 후벼팠고 조 바이든(81)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버럭했다. 트럼프의 어조엔 여유가 느껴졌지만, 바이든의 쉰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11월 미국 대선으로 가는 길목의 최대 분수령인 첫 대선 TV 토론은 4년 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등장한 ‘변칙왕’ 트럼프 전 대통령에 ‘모범생’ 바이든 대통령이 허를 찔린 듯 시종 힘겹게 싸우는 양상이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류 언론은 바이든의 쉰 목소리, 잦은 기침과 말 더듬, 생각의 흐름을 잃은 듯한 표정 등을 짚으며 “민주당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CNN 주최로 열린 첫 TV 토론에서 민주당ㆍ공화당을 각각 상징하는 빨간색ㆍ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단상에 오른 바이든ㆍ트럼프는 가벼운 눈인사나 악수도 없이 곧장 토론에 들어갔다. 둘은 경제, 낙태권, 이민, 민주주의,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ㆍ가자 전쟁, 복지, 마약 등 주제마다 90분간 쉴 틈 없이 난타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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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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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선 토론 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정밀 타격'에 허둥지둥했던 트럼프,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의 발언 중 끼어들어가 진흙탕 싸움으로 몰아갔던 트럼프는 이날 없었다. 4년 전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비교적 차분하게 주장을 펴는 등 한결 노련해진 모습이었다.

토론 후반부엔 트럼프가 논쟁을 주도했다. “바이든이 국경을 넘도록 허용한 사람들에 의해 젊은 여성들이 살해됐다”, “바이든이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일자리”라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낙태권 이슈 등 자신에 불리한 주제엔 “각 주(州)가 판단할 문제”라는 식으로 예봉을 피했다.

다만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비판을 떨쳐버리는 데엔 실패한 듯 했다. 그는 ‘누가 승리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한다고 서약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미국은 실패한 나라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엉뚱한 말로 회피했다. ‘본래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해 달라’는 요청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화제를 돌렸다. 진행자가 ‘예ㆍ아니오로 답하라’며 다그치자 그제서야 “공정한 선거라면 받아들일 것”이라며 '조건부 수용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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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높은 언사는 오히려 바이든 쪽에서 여럿 나왔다. 트럼프를 향해 “부인이 임신했을 때 한 여성을 성추행하고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며 성추문을 거침없이 까발렸고, “길고양이 도덕성을 가지고 있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또 아들 얘기를 하다가는 “내 아들은 패배자(loser)가 아니다. 당신이 패배자”라며 몰아붙였다.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시절 만든 보수 우위 구도의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점을 들며 “당신이 한 일은 끔찍했다”고 했고, 트럼프를 향해 수차례 “당신은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얼굴에 몇 차례 가래 기침을 하거나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듯 수초간 멍한 표정을 보여 고령에 따른 건강 우려를 다시 키웠다.

토론 이후 바이든이 받아든 성적표는 ‘완패’에 가깝다. NYT가 칼럼니스트와 기고자 등 12명을 대상으로 0~5점 척도로 토론 승자 평가를 요청한 결과 ‘바이든이 이겼다’는 답변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완승’을 의미하는 트럼프 5점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4점 2명 ▶3점 1명 ▶2점 1명 ▶1점 1명이었으며, ‘동률’이라고 답한 이가 2명이었다.

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누가 토론에서 이겼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를 꼽은 응답자가 67%로 바이든을 꼽은 응답자(33%)가 두배 많았다.

민주당에선 '후보 교체론'까지 터져 나왔다. 4년 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했던 대만계 기업인 앤드루 양은 소셜미디어 X에 “민주당은 너무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을 (대선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NYT는 민주당의 베테랑 전략가 발언을 인용해 “바이든에게 물러나라는 요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교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토론 이후 취재진과 만나 “감기와 싸우고 있다. 목이 아프다”며 “우리가 잘했다”고 말했다. ‘사퇴하라는 요구가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토론 뒤 CNN에 ‘바이든이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질문에 “미국 국민에게 중요한 모든 문제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며 “(바이든이) 시작은 늦었지만, 마무리는 강했다”고 답했다. 이날 토론에선 부진했을지라도 대선 레이스 마지막에서는 승리할 것이라는 의미다.

애틀랜타=김형구ㆍ강태화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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