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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통화·외환시장 이모저모

“이자 내고나면 쓸 돈이 없어요”…금리인하 외면하는 통화·재정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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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투자 ‘트리플 감소’

“경기회복 기조는 지속 예상”
정부 낙관적 태도 보이지만
체감경기 악화 상황과 괴리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 위축
전기장비 생산 18%나 줄어
출렁이는 생산지표에 우려


매일경제

부동산 PF발 위기 고조 [사진 = 연합뉴스]


올해 5월 산업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전월보다 감소했지만 정부는 “경기 회복 기조는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기진단과 경제현장에서 들려오는 상황과는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경도된 경기진단으로 정책방향 전환을 위한 시기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출에 가려진 내수침체를 심각하게 보는 상황이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투자와 소비 부진이 최근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4년 정도 높은 이자율로 누적되는 효과로 소비 (지표가)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기업도 투자 부담이 늘어나며 경제를 누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누적된 요인이 이번에 산업생산과 투자 소비가 일제히 추락하는 트리플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개선에 힘입어 생산 지표가 회복될 가능성이 보이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장비 생산이 1년 사이 2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는 사실은 위험 요소로 꼽힌다. 예측하기 어려운 각종 요인에 의해 생산 지표가 크게 오르내릴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생산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지표인 소비와 투자도 쉽게 올라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는 감소율이 높은 만큼 세제 혜택 등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으면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내수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금리가 지목된다. 수출을 중심으로 모처럼 살아나고 있던 경기흐름이 지나친 내수 위축으로 그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때문에 통화당국이 경기가 이 상황에서 아예 꺾여버리지 않게 기준금리 인하 신호라도 보내줄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늘고 있다. 최근 물가가 크게 안정되면서 통화정책 변화를 위한 조건은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것도 비슷한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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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생산·소비·투자는 전부 한 달 전보다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생산은 기저효과로 마이너스를 보였으나 괜찮은 흐름”이라면서도 “지출(소비·투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뜻 보면 생산이 안정세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험 요소도 있다. 전기차를 포함한 자동차다. 자동차 생산은 전월보다 3.1% 감소했다. RV승용차와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포함한 완성차 생산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전기차 관련 생산도 불안 요인을 품고 있다. 지난달 전기장비 생산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이차전지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밝혔다. 이차전지 수요 감소는 전기차 캐즘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전기차가 완전히 대중화하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충전 관련 설비에 대한 수요도 줄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배터리 기업의 투자 불안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기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비 일부를 ESS용 배터리 설비로 전환해 최적화에 나서는 중”이라며 “유휴 자원을 최소화하는 대신 신규 투자 속도를 늦춰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투자 부진은 배터리 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국내 인구감소가 지속되면서 시장자체가 더이상 성장하기보다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투자도 해외를 우선순위로 두면서다.

설비투자의 전월 대비 증감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5.8% 감소한 뒤 2월엔 9.6% 증가했다. 하지만 3월 6.2% 감소로 돌아섰고, 4월에 0.3%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 4.1%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을 포함해 전반적인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기업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경향도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재와 미래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도 악화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하락 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월(-1.0포인트) 이래 48개월 만에 가장 컸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을 포함한 내수 회복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내수는 수출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디다”면서 “소상공인 등 내수 취약부문을 집중 지원하면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회복에 최우선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기준금리 인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라앉은 내수가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고금리에 대한 체감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많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금리인하보다는 한차례의 금리인하 신호만으로라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최근 계속 하락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고금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 3분기부터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강성진 교수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높은 부채의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도 계속해 긴축적인 정책을 쓴다는 것도 문제”라며 “재정을 쓸 돈이 없으니 긴축적인 기조를 돌아가게 되면 민생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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