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vs 野 5당' 갈등 증폭…'탄핵 추진' 속도
'탄핵 정국' 재연…'헌재 심판' 넘을지 주목
'신중론' 내세운 개혁신당 "탄핵 논의 신중해야"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8일 오전 경기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민원실에서 5인 합의체 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 운영의 위법성을 강조하며 김홍일 방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28.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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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대통령 몫으로 임명된 2인(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체제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야 5당은 탄핵 추진을 위해 '단일대오'를 이뤘지만, 개혁신당은 합류하지 않으면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설익은 탄핵 추진에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28일 방통위의 'KBS·MBC·EBS 공영방송 임원 선임' 의결을 막기 위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에 항의 방문을 했다. 야 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새로운미래)이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한 지 하루 만이다.
방통위 전체회의는 통상 수요일에 열리지만, 이례적으로 다음 주 일정을 앞당겨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등 공영방송 3사의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하려고 하자 항의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방문진 이사에 대한 선임 절차 기간이 4~5주가 소요되는 만큼, 임명 절차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본인이 이를 대비해 강행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방통위 출입이 저지된 야당은 정부과천청사 로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방통위 공무원들은 이번 주 내내 방문진 이사 선임 계획에 대해 '계획안을 만들지 않았다', '예정된 일정이 없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오늘 의결된 계획은 악령이 세운 것인가, 반드시 실상을 파악해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내일 또는 다음 주 초 '방문진 이사 선임 계획'을 의결한 뒤 사퇴한다는 방통위 주변의 흉흉하고도 괴이한 소문에 대해 '멈추라'고 경고한 바 있다"며 "하지만 소문은 현실이 되고 말았고, 비판 언론 MBC를 장악하기 위해 방송 장악 첨병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방통위의 공영방송 임원 선임 의결을 계기로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공영방송 장악을 당장 멈추고 국회의 탄핵소추 심판을 겸허히 받아라"고 압박했다. 같은당 박민규 의원도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비판적 언론에 대한 '입틀막' 행위를 당장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민 혁신당 의원도 "당장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모든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이번 탄핵소추안을 6월 임시국회(7월4일까지)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야당이 의심의 눈초리로 김 위원장의 사퇴 수순을 예측하는 이유는 이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전임인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당일 사의를 표명했다. 탄핵 시 방통위 업무 공백 등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로 인해 야당의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그러자 야당이 정부여당의 수싸움에서 졌다는 관측이 나왔고,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런 꼼수를 쓸 줄은 잘 몰랐다"며 당혹감을 시사하는 답변을 내놨다.
이번 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도 이 전 위원장 사의 표명 사례처럼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현재 야당은 김 위원장 탄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여당과 일부 야당의 판단은 사뭇 다르다. 야당 주도로 강행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도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적 탄핵'이라는 오명을 받게 된 야당발 탄핵 추진은 여당에 공세 명분을 내줬을 뿐 아니라, 국민적 비판에 당면했었다.
여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야당의 탄핵 시도가 또다시 막힌다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5건의 탄핵 중 단 1건도 헌재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탄핵을 강행한다면 불가피하게 방통위 기능이 중단되는데, 행정 공백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압박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천하람, 이주영 의원이 지난 5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등원하고 있다. 2024.05.30.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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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은 이번 '탄핵 정국'에서 발을 뼀다. 당은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은 문제가 있지만, 김 위원장의 방문진 이사 선임 강행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전체회의 일정을 앞당겨 공영방송 임원 선임 계획을 의결했지만, 기폭제가 된 것은 야 5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개혁신당은 내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위법 사항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의 탄핵 추진은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혁신당 한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개혁신당은 기본적으로 탄핵·특검 논의가 과하게 팽창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는 굉장히 신중하고 결정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방적 필요에 의한 탄핵은 오히려 국민에게 피로감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 "기본적으로 탄핵은 예방적 수단이 아닌, 원론적인 의미의 탄핵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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