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들과 함께 선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 |
(서울=연합뉴스)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북미 법인인 웹툰 엔터테인먼트가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나스닥 거래 첫날인 27일(현지시간) 개장 초 14%까지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며 공모가보다 9.5% 높은 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첫 거래일 종가로 네이버웹툰의 기업가치는 약 29억달러(약 4조원)에 이르렀다. 향후 주가 추이를 봐야 하지만, 공모가가 희망가 최상단인 주당 21달러로 정해진 데 이어 첫 거래일에 주가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흥행몰이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웹툰은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한국의 대중가요를 K팝이라 하지만 웹툰은 명칭과 형식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탄생해 'K'라는 수식어가 따로 붙지 않는다. 1998년 처음으로 만화가 인터넷 블로그에 등장한 게 효시로, 2000년대 들어 네이버와 다음이 웹툰 서비스에 나서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등장은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 제작 및 흥행으로 이어지며 K콘텐츠의 세계적 위상을 더욱 끌어올렸다. 웹툰 산업의 선발주자이자 세계 표준이라 할 네이버웹툰만 해도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지난 3월 기준 1억 7천만명에 달할 정도다. 인터넷이 세상에 나오기 전 10대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동네 만화방에 모여 즐겨보던 만화가 한국의 IT 기술과 접목돼 전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이 된 것이다.
웹툰은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세계적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 분야다. 종주국의 위상을 확고하게 만들려면 글로벌 플랫폼 매출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우리 기업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자기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문화예술 콘텐츠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확산에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개발 인력과 기술력을 앞세운 중국에 안방 시장마저 잠식당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는 최근 웹툰을 포함한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면서 2027년까지 5조원 이상의 정책 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는데, 금융 지원과는 별도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저해하는 대기업의 독점 폐해와 규제 걸림돌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길 바란다.
웹툰은 사람에 대한 투자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한 영역이기도 하다. 서비스 사업자가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사이 정작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들 대부분은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수익 배분 및 정산 구조 속에서 쉴 수 있는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계약 당사자 간 비밀유지 조건을 완화하고 50회당 2회씩 휴재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표준계약서 개정안 등을 고시했다고 한다. 대기업과 창작자가 상생하며 결실을 공유하는 환경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창의력 있는 인재 수혈은 물론이고 글로벌 주도권 유지도 어려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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