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첫날 합의…내달 유럽의회 인준투표 과반 확보해야 확정
외교수장엔 에스토니아 총리·상임의장은 포르투갈 前총리
EU 집행위원장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연임을 위한 중대 문턱을 넘었다.
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첫날 폰데어라이엔을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U 외교수장이자 집행위원단 일원인 외교안보 고위대표 후보는 역시 여성인 '대러 강경파'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로 결정됐다.
칼라스 총리 역시 전체 EU 집행위원단(국무위원단에 해당) 구성이 완료되면 나머지 집행위원 후보들과 유럽의회 청문회 및 인준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별도 인준투표 절차가 없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는 안토니우 코스타 전 포르투갈 총리가 임명됐다.
이는 앞서 지난 25일 유럽의회 1, 2, 4위 정치그룹인 중도 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자유당그룹(Renew Europe) 간 협상에서 잠정 합의 결과가 그대로 승인된 것이다.
다만 이날 합의가 만장일치로 이뤄지진 않았다고 유로뉴스, 폴리티코 등 외신이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에 기권했으며, 칼라스 총리와 코스타 전 총리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졌다.
멜로니 총리는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지도자이자 이달 초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선전한 몇 안 되는 유럽 지도자 중의 한 명이다.
그가 이끄는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속한 강경 우파 성향 정치그룹 유럽보수와개혁(ECR)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 83석을 확보하며 자유당그룹을 밀어내고 3위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25일 사전 EU 고위직 협상에서 ECR이 배제되자 "밀실 합의", "초현실적", "비민주적"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중도·좌파 일색으로 EU 고위직 후보가 정해진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린 바 있다.
멜로니 총리와 함께 잠정 협상 결과에 반발했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표결에서 예상대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회원국 정상 대다수가 중도계열 정치그룹에 속해 있어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후보로는 확정됐으나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연임이 확정되려면 내달로 예정된 유럽의회 본회의 인준투표에서 720석의 과반인 361표 이상을 획득해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가 속한 EPP(188석)가 이른바 '대연정'을 구축 중인 S&D(136석), 자유당그룹(75석)의 전체 의석수를 전부 합치면 399석이다.
이론적으로 이들이 모두 폰데어라이엔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진다면 가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인준투표는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고 소위 '이탈표'가 적지 않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첫 번째 임명 때인 2019년 인준투표 당시에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가결정족수(374표)보다 겨우 9표 많은 찬성 383표를 얻어 턱걸이로 통과한 바 있다.
연임 확정 시 두 번째 5년 임기는 1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이 경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또 한 번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2019년 임명 당시 EU 전신인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이래 첫 여성 행정부 수반이 됐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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