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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한은이 던지는 도발적인 이슈들…이창용은 오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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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 BOK 컨퍼런스에서 정책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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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지식의 소비자나 중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이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논란은 실력으로 이겨내야 할 것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왜 사회 구조개혁에 목소리를 내냐는 의문에 정면 돌파하는 발언이다.

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이 펴내는 보고서 주제는 사회 전반으로 넓어졌다. 해묵은 경제·사회문제를 주저 없이 건드린다. 물가와 고용, 금리, 환율 등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임무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던 이전과는 다른 행보다.

도발적인 주제도 여럿 포함됐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과 최저임금 차등화, 농산물 수입 개방 등은 중앙은행에서 내놓기 어려운 파격적인 제안들이다.

이 총재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파격적인 제안을 던져야 논쟁에 불이 붙고 여러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다.

이 총재가 직접 언급한 문제만 하더라도 △저출생·고령화 △지역불균형과 수도권 집중 △연금 고갈 △노인 빈곤 △교육 문제 △소득·자산불평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다양하다. 구조개혁과 관련된 보고서를 준비할 때는 이 총재가 수시로 진행 과정을 보고 받고 실무진과 활발한 피드백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저임금 차등화 관련 보고서는 공개 이후 노동계의 반발이 거셌다. 한은 앞에서 유례없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높은 물가수준을 안정시키기 위해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나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한은은 이런 논쟁이 오히려 반갑다. 이 총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논쟁거리를 던지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누가 보상(credit)을 받을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격언도 인용했다. 일이 잘못됐을 경우의 책임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이 총재의 소신이 드러나는 말이다. 실제로 이 총재는 직원들에게 비판을 두려워 말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각이 선' 결론을 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보고서 발표가 다가 아니다. 한은은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와 지역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지역경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올해는 부산에서 행사를 열었고 매년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할 계획이다.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한은의 이유 있는 도발은 내부에서도 파장이 크다. 통화정책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던 한은의 정체성을 재정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능력을 갖춘 한은이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제언을 내면서 이슈를 선도한다는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은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점을 두고 이 총재는 오히려 한은에게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게 장점이 된다고 반론한다.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중립적인 분석이 가능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창립 기념사에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 노력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그동안 누증되고 심화돼 온 구조적 문제 앞에서 연구영역을 통화정책 테두리 안에만 묶어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책임감으로 구조개혁 과제를 제언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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