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30 (일)

세브란스 휴진 첫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헛걸음 파킨슨병 80대 “치료 늦어져 속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수 10∼15% 참여… 일부 진료 지연

병원 로비 전광판엔 “정상 진료 중”

동아일보

휴진 상황판 앞에서 갓난아기 품에 안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2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 보호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품에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진료실 상황판에는 소아소화기영양과, 소아정신과가 ‘휴진’이라고 나와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세대 의대 산하인 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27일 무기한 휴진에 돌입했다. ‘자율 동참’ 방식이다 보니 참여율은 높지 않았지만 진료가 지연된 일부 환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본관 로비 대형 전광판에는 ‘정상 진료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었지만 환자들은 곳곳에서 휴진으로 불편을 겪었다. 이 병원 뇌신경센터에선 오전 9시경 간호사가 환자 조모 씨(80)에게 “교수님 휴진 때문에 오늘 진료를 못 받는다. 다음 달 15일에 다시 오시라”고 안내했다. 파킨슨병을 앓는 조 씨는 뇌경색 증상으로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고 이날 결과를 확인하러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남편에게 진료 연기 통보가 갔다는데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결과를 확인하고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소아소화기영양과, 소아정신과도 진료실 앞 상황판에 ‘휴진’이란 문구가 떠 있었다. 전립샘암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이모 씨(81)는 “다행히 예약된 진료를 받긴 했지만 의사들이 생명을 담보로 삼고 휴진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다만 휴진에 참여한 교수들은 많지 않았다. 병원 측은 “대부분의 진료실이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고 병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교수 중 10∼15%가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석균 연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개별적 휴진이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참여율을 계산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5대 대형 병원 중 휴진 방침을 굽히지 않는 곳은 세브란스병원과 다음 달 4일부터 휴진을 선언한 서울아산병원 정도다. 환자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무기한 전면 휴진 결정은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집단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브리핑에서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다시 집단 휴진이 강행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끝까지 환자 곁을 지켜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YWCA연합회는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 결과 응답자의 27.4%가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의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까 불안하다는 응답도 88.4%에 달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