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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74년 만에 국가 품 안긴 6.25 전사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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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립 대전현충원 고 김명손 경사 유해 안장식

6.25 당시 영광 삼학리 전투서 북한군과 교전 끝 전사

아시아투데이

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6·25 전쟁 당시 전사한 고 김명손 경사의 유해 안장식이 진행됐다.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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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민훈 기자 =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라."

1950년 6월 25일,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을 넘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27살 경찰관은 6살 어린 딸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몇 번이나 딸의 머리를 쓰다듬은 김명손 경사는 두 눈에 딸의 모습을 다 담은 뒤에야 집을 나섰다. 그의 마지막 뒷모습이었다.

74년 전 쏟아져 내려오는 북한군에 맞서 전사한 김명순 경사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의 유해는 2007년 발굴된 이후 올해 초 신원이 확인됐고, 27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3시께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최근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을 통해 신원이 확인된 전사 경찰관에 대한 유해 안장식을 거행했다.

이번에 안장된 경찰관은 고 김명손 경사다. 그는 6·25 전쟁 당시 서해안으로 진격한 북한군을 차단하고자 영광 삼학리 전투에 참여해 적군과 교전 끝에 전사했다. 국방부에서 발굴한 전사자 유해와 유가족 DAN 시료 비교·분석 결과를 통해 최근 신원이 확인됐다.

경찰은 6·25 전쟁 당시 군과 힘을 합쳐 국민과 국토를 수호하는 데 힘썼다. 특히 서쪽 전선을 따라 충남·호남지역을 휩쓸며 남하해 오던 북한 최정예 부대 6사단의 진군 경로에서는 많은 경찰관 부대들이 남하 저지 작전을 전개했다.

불과 220명 밖에 되지 않는 경찰관 1개 중대가 다섯 배가 넘는 규모의 북한 6사단 남하를 18시간 동안 저지했던 '강경전투'를 시작으로 완주·광주·영광에 이르기까지, 충남·호남 일대에서 수많은 군경 합동부대와 함께 북한군에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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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6·25 전쟁 당시 전사한 고 김명손 경사의 유해 안장식이 진행됐다. 사진은 윤희근 경찰청장(가운데)이 유해 안장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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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부대가 분투하며 서부전선의 북한군 진격을 지연시키면서 전체 북한군의 남하 속도가 늦춰졌고, 덕분에 우리 군 최후의 보루였던 낙동강 서부 방어선(마산-의령 축선)을 구축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고 김명손 경사가 참가한 '영광 삼학리 전투'는 전남경찰국 소속 200명의 경찰관이 참전, 50여 명의 인명 손실을 입는 와중에도 밤새도록 진지를 사수하며 북한군 6사단 1000여 명의 남하를 지연시킨 중요한 의미를 지닌 전투였다.

이외에도 6·25 전쟁 당시 총 6만3427명의 경찰관이 참전해 3131명의 사망자와 7084명의 실종자가 발생하는 등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경찰이 '구국경찰'로 분연히 일어나 자신을 희생한 바 있다.

이번 안장식은 경찰청 주관으로 유가족과 윤희근 경찰청장, 전남경찰청장, 국립대전현충원장,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 유가족 단체 등 100여 명이 참석해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 경과보고, 조사,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영현봉송 순으로 진행됐다.

전사자의 유해는 유가족 의사에 따라 국립대전현충원 충혼당에 안장되었다. 광주에 거주하는 유가족이 자택을 출발해 귀가할 때까지 경찰관이 동행하는 등 최고의 예를 갖춰 안장식이 거행됐다.

유가족들은 "그간 유해를 찾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국가에 충성을 다한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국가가 지속해서 전사 경찰관들에 대한 현양 사업에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에서는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전사·순직경찰관들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매년 6월 6일 전사·순직경찰관 추념식을 비롯한 다양한 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6·25 전쟁 당시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다가 장렬히 산화한 전사 경찰관들을 빠짐없이 찾아내고 그 공훈을 기리기 위해, 유해발굴사업(국방부 협조), 현충 시설 정비사업(보훈부 협조) 등의 노력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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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6·25 전쟁 당시 전사한 고 김명손 경사 유해 안장식에 참석한 경찰관들이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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