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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SK 앞날 걸린 ‘세기의 이혼’…대법원이 고심할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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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소송

1심 뒤집은 2심…무엇이 판을 바꿨을까

경정에 재항고까지…재계·법조계 뜨거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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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뉴스(iN THE NEWS)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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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width="600" xtype="photo">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과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하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이 단순한 파경을 넘어 재계, 법조계를 아우르는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종 재판 결과에 따라 현재 자산규모 약 330조원, 국내 재계 2위인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이 ‘세기의 이혼 소송’ 최종 판결을 어떻게 내릴지 갈수록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재벌가와 전직 대통령 가문의 이혼 소송이지만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한국 경제성장의 한 축인 기업의 역사와 흥망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이번 재판에서는 SK그룹의 재산 형성 시기와 주체, 자금의 흐름 과정이 핵심 쟁점입니다.

이중 판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쟁점이 최 회장을 어떤 형태의 사업가로 규정하느냐입니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최 회장은 자신을 ‘승계 상속형’ 사업가로 각각 정의합니다. 통상적으로는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이미지가 훨씬 좋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번 소송에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돈으로 그룹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증명해야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을 장인인 노태우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비자금 300억원을 받아 그룹을 이끌어 온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즉, 노 관장의 아버지로부터 받은 노잣돈으로 기업 성장을 일궜으니 노 관장에게 돌아갈 재산이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의 지분가치의 35%인 약 1조3800억원이라는 것이 2심 재판부의 판단입니다.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통장과 쪽지 한 장입니다. 또 2심 판결 후 최 회장측이 문제를 제기하고 결국 재판부가 수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것이 100원과 1000원입니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핵심 키워드와 힘께 주요 쟁점들을 짚어보았습니다.

■ 쟁점① 7분에 11km? 통장을 입증해라

최 회장 변호인 측은 2심 재판 변론 과정에서 은행 통장 하나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입니다. 이 통장에 입금된 돈이 아버지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입증하면 판결에 아주 유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1994년 5월31일 최종현 선대회장은 조흥은행 계좌에서 A은행으로 2억5000만원을 송금하고 3690만원은 현금으로 인출합니다. 총 2억8690만원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물려 줄 목적의 돈이라는 겁니다. 5개월 뒤인 10월31일 최태원 회장은 자신의 제일은행 계좌에 현금과 수표로 2억8697만원을 입금합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돈으로 입금했다는 게 최 회장 변호인측 설명입니다. 차이는 7만원입니다.

그리고 약 한 달 뒤인 11월21일 최태원 회장은 유공 계좌에 2억8000만원을 입금합니다. 대한텔레콤(현 SK텔레콤) 지분을 취득하기 위함입니다. 당시 유공은 대한텔레콤 주식의 70%를 보유하고 있었고, 최 회장이 이를 전액 현금으로 취득한 겁니다.

대한텔레콤은 이후 SK C&C와 합병하고, SK C&C는 이후에 다시 SK(주)와 합병합니다. SK(주)는 그룹의 계열사 일정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입니다. 최 회장은 현재 SK(주)의 지분 17.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대한텔레콤 지분 취득으로 결국 지주회사 SK(주)를 지배하게 되고, 이번 재판에서 SK(주)의 지분가치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됐습니다.

문제는 재판부가 최종현 선대회장이 준 돈과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식을 구매하는 데에 쓴 돈, 두 자금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5개월의 시차, 7만원의 금액 차이 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11월 21일 당시 인출과 입금 과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2심에서 최 회장 측 변론 기록을 보면 11월21일 16시27분 제일은행 서울 석관동 지점에서 인출된 2억8697만원은 7분 뒤인 16시34분 조흥은행 서울 광교지점에서 최 회장 자기앞수표로 입금됩니다.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11km. 2심 재판부는 7분 안에 11km 떨어진 은행으로 현금을 옮겨 입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금 계수기까지 등장합니다.

재판부는 인출 시 현금 계수기로 2회 반복 확인 작업을 했는데 1분당 1800매 이상을 세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100매 단위로 묶음띠 작업도 진행했는데 이 시간만 몇 분 이상 걸린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입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두 자금의 동일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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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의 판결과 최태원 회장 측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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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은 당시에 현금을 옮기는 방식을 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석관동 지점에서 현금해약을 한 후 현금 계수 작업없이 조흥은행 광교지점 인근의 B은행으로 무통장 송금했다고 합니다. 이후 B은행에서 자기앞수표를 발행한 후 조흥은행 광교지점에서 유공 계좌로 수표 송금을 진행하면 4분대에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최 회장 측이 A은행과 B은행이 어디인지를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30년 전의 은행업무였던 데다 주거래 은행도 아닌, 해당 송금만 진행하기 위한 1회성 계좌였기 때문에 자료를 찾지 못한 것입니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이 돈의 동일성을 인정받아야 대한텔레콤 주식의 특유재산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야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돈이 아닌, 즉 결혼과 무관한 재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통장 입금 내역은 물론이고, 은행 간의 거리와 입금 가능 시간, 계수기까지 등장시킵니다.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 꼼꼼히 따져 묻고 검증하는 과정이 잘 드러납니다. 이 부분이 항소심 재판의 핵심 쟁정 사안 중 하나였습니다.

돈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 자금의 기반이라는 논리의 수순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재판부는 7분에 11km 이동은 불가능하다며 최 회장 측의 소명에는 자연과학적으로 완벽한 증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렇다면 노 관장측이 제시한 쪽지 한 장에 대한 증빙 과정은 어땠을까요?

■ 쟁점② 쪽지에 적힌 300억원이면 입증 충분?

노 관장 측은 항소심에서 노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작성한 쪽지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쪽지에는 전신인 '선경 300억원'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1992년 선경건설 명의의 50억원 약속어음 6장에 대한 사진도 증거로 제출하며 비자금 300억원이 존재했음을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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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과거에 작성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제출한 비자금 관련 메모. 사진|서울경제 2024.6.2 보도




재판부는 해당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이 쪽지에 적혀있는 돈이 실제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됐고 사용된 지에 대한 검증은 보이지 않습니다. 최 회장 측이 제시했던 통장에 대한 입증과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아주 세밀한 '현미경' 검증을, 노소영 관장의 주장은 원거리 '망원경' 검증을 했다는 일부의 주장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물론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쪽지의 경우 공식적인 문서가 아닐뿐더러 약속어음도 노태우의 퇴임 후 활동비 요구 시 지급을 보장해주기 위해 발행한 것이지 비자금을 돌려주기 위함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최 회장 측은 "당시 교부된 약속어음은 노태우 대통령 퇴임 이후 활동비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라며 "비자금 유입은 전혀 입증된 바 없고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구체적인 물증 없이 일방의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만을 핵심 증거로 놓고 판단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메모에 기재된 '선경 300억'의 의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고, 통상 약속 어음은 발행인(선경그룹)이 소지인(노태우)에게 '주겠다는 약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받았다는 증거'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비자금이 적힌 쪽지와 약속어음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1988년) 이후 시기에 작성됐으므로 충분히 SK그룹이 비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SK의 지분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의 기여도가 인정되며 재산분할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쟁점③ 1주당 가치 100원과 1000원

또 다른 쟁점은 2심 재판부의 결정이 나온 직후입니다. 재산분할금액의 산정방식이 맞느냐는 논쟁입니다. 100원과 1000원의 등장입니다.

최 회장 변호인 측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2심 판결문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한텔레콤의 1994년 주당 가치를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3만5650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재판부는 회사 성장에 대한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로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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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에 대해 얘기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법률대리인 이동근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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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 회장측은 "액면분할을 감안하면 주당 가치가 100원이 아니라 1000원이 돼야 하고, 이럴 경우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재판부가 계산한 12.5배 보다 10배 늘어난 125배, 355배로 계산된 최 회장 기여분은 35.6배로 줄어들게 된다"고 계산 오류를 지적했습니다.

최 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재산 기여도는 이번 재판에서 재산분할 산정에 중요한 판정 기준입니다.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을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최 회장은 자신을 '승계 상속형' 사업가로 각각 정의했습니다. 그룹 성장에 있어 최 회장의 기여도가 크면 재산분할 금액이 많아집니다. 재판부의 기준으로 보면 최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기반으로 자수성가했기에 아내인 노 관장에게 돌아갈 몫이 커지는 겁니다.

2심 재판부는 오류를 인정하며 100원을 1000원으로 수정합니다. 하지만 판결내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의 설명자료를 배포합니다. 근거는 적용 시점의 변경입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 기준시점을 2009년 11월에서 2024년 4월로 변경합니다. 올 4월 16일 기준 SK(주)의 주식 가격은 16만원입니다. 이 기준이면 최태원 회장의 기여도는 160배, 선대회장의 기여도는 125배가 됩니다. 배수는 변수가 되지 않고 둘 중 누구의 기여도가 크냐가 재산분할액의 기준이 됩니다.

이에 최 회장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몇 가지 질문과 해명을 요구합니다. 우선 추가 경정 여부입니다. 재산분할을 위해 비교 기간을 늘렸다면 이에 대한 판결문 내용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관계는 2019년에 파탄이 났다고 설시했는데 2024년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오류 전에는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도 12.5 : 355를 기초로 판단했는데 125 : 160으로 변경했음에도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추가 경정 여부와 의문에 대한 2심 재판부의 대외적 공식 답변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재판부의 설명자료 중에는 방대한 판결문(206페이지)에 없던 내용도 포함돼 있어 '법정 밖 판결', '다른 법관(대법원) 재판에 영향 금지 문제 소지' 등을 지적합니다.

■ 상고에 재항고까지…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대법원

2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정과 이에 대한 설명은 오히려 논란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재판부가 판단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수치에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했음에도 왜 재산분할 결과는 변하지 않느냐는 점입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정재민 변호사(예문정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대한 판결내용 변경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경정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 회장 측은 '손해액을 산정할 때 착오된 계산액을 기초로 해 과실상계를 했다면 이 잘못은 판결결과에 영향이 있어 파기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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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정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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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은 지난 20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24일에는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정에 대한 재항고장을 제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혼 소송 상고심과 경정에 대한 항고심을 별도로 배당해 각각 심리하게 됐습니다. 어찌보면 부부간 이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한 해 예산의 절반과 맞먹는 수준의 자산규모를 지닌 기업의 앞날이 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이 최 회장 측의 재항고를 인용하면 이혼 소송에 대한 상고심 심리는 경정 전 판결문을 토대로 진행됩니다. 반면 재항고가 기각되면 경정 판결문을 기초로 상고심이 진행됩니다. 대법원이 경정에 대한 재항고를 받아들일지, 어떤 법리를 적용해 판단할지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결은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부간의 이혼 이면에 담긴 사회적· 경제적 맥락까지 고려하면 대법원이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법원 판결이 지닌 무게감과 권위는 여타 판결과 다른만큼 재계와 산업계에서 최대한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대법원의 판결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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