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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전문의 칼럼]성적 올리는 약? ADHD 약 남용, 심혈관계 부작용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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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욱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동아일보

류한욱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전문 분야다 보니 아이들을 진료하다 부모로부터 받는 단골 질문이 있다. 요즘 유독 많이 받는 질문은 ADHD 약에 대한 것이다.

특히 최근 외국에서 발표된 ADHD 약물치료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에 대한 논문을 거론하며 걱정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해당 논문은 ADHD 약물치료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는 내용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용하는 약 용량이 늘수록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도 했다. 질문이 오면 ‘하늘이 무너질 만큼 큰일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정도로 답변하곤 한다.

논문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다. 스웨덴에서 2007∼2020년 ADHD 약물을 투약하거나 복용한 6∼64세 환자 27만8027명을 평균 4.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심혈관질환이 1만388명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ADHD 약물 사용의 누적 기간이 길수록, 복용량이 고용량일수록 약물 비사용자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했다. 발생 위험도는 약물 복용 1년까지는 높아지지 않았지만 1∼2년은 9% 상승, 2∼3년은 15% 상승, 3∼5년은 27% 상승, 5년 초과는 23%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을 발표한 스웨덴 연구팀은 2022년에도 같은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당시에는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몇 년간 연구를 계속해 이번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팀은 왜 이 같은 주제에 큰 노력과 시간을 들였을까.

좀 더 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의 비약물치료와 관련이 있다. 2019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ADHD의 비약물치료로는 최초로 3차 신경자극술을 이용한 치료법을 승인했다. 그 외에도 여러 비약물치료들이 개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에 비해 비약물치료가 갖는 강점은 바로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치료의 역사는 부작용 개선의 역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20세기 중후반의 약물치료를 통해 경험했던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개선돼 왔다. 개선된 부작용들은 대부분 중단기적인 것이었다.

이번 연구는 비약물치료 시대로 접어들면서 장기적 복용에 의한 부작용까지 개선한 치료법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ADHD 치료제를 활용하려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다.

류한욱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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