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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복현 “기업지배구조, 글로벌 표준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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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재계 설득 잰걸음

경제3단체 ‘밸류업 세미나’ 직접 참석

“亞 하위권 지배구조 ‘증시 저평가’ 원인

G20·OECD 원칙 맞게 개선해야” 강조

상속세 완화·금투세 폐지 稅개편도 거론

“하반기 자본시장 선진화 골든타임” 지목

재계 “행동주의에 경영권 공격 수단 우려”

강성부 “해보지도 않고 호들갑” 찬반 팽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재계 설득에 나섰다. 기업 이사(경영진)의 충실의무를 주주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을 개정하고자 적극 반발하는 재계에 ‘미래지향적인 고민’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26일 경제3단체(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경제인협회, 코스닥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상법 개정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재계가 요구해온 과도한 규제·세 부담의 완화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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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이 26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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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경제3단체가 공동 주최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 축사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시장 저평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빠른 경제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기업 지배구조의 모순이 지목되고 있다”며 “최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발표한 기업 지배구조 순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12개국 중 8위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돼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기업 지배구조는 지배주주와 이해주주 간 이해 상충에 취약하고, 기업성과와 주주가치가 괴리되기 쉬운 만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좀 더 미래지향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 자본시장이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주요 20개국(G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 지배구조원칙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방향으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방안의 하나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 제382조의3에서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을 ‘회사와 주주를 위해’로 대상을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재계는 기업 경영권의 위축, 소송 남발 가능성 등을 이유로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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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상속세 완화 및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친기업적인 세제 개편도 거론했다. 그는 “국제적 정합성이 부족한 과도한 규제나 세 부담 등 그동안 한국적 기업 지배구조의 특수성과 맞물려 기업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해 왔던 다양한 법적·제도적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창의적·모험적 기업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제도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논의하는 올해 하반기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지목했다.

이 원장은 이날 축사를 마친 뒤 세미나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재계를 비롯한 참석자 의견을 경청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합당한 가업 승계나 기업의 주가 상승이 상속세 등 왜곡된 제도로 억눌려 있다는 문제의식엔 이견이 없고, 당국 내 논의에서 적극적으로 이러한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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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상법 개정을 두고 찬반이 팽팽했다. 재계를 대표한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는 “상법 개정이 장기적인 기업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 헤지펀드나 행동주의 펀드 같은 경영권 공격 세력에만 유리한 수단이 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발표자로 나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주식투자 인구가 1400만명이 넘고, 주식 소유의 목적도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사가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과도한 민사책임으로 이사의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투자자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강성부 KCGI 대표이사는 “우리나라의 (기업) 거버넌스는 엉망, 주주환원은 꼴찌, 투자자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이사 충실의무를 바꾼다고 해보지도 않고 호들갑을 떠는데 (재계의 민사책임 우려만큼) 우리나라 판사들이 어리석지 않다”고 반박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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