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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진단과 오물에서 포탄과 미사일로…다음은 제2의 천안함·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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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전단과 오물 풍선을 주고받던 남북이 이제는 미사일과 포탄을 발사하며 한반도 위기를 높이고 있다. 남북 정권 어디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내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해병대 사령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북도서방위사령부(이하 서방사)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가 각각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해병대의 해상사격훈련은 지난 2017년 8월 이후 6년 10개월 만이다.

해병대는 이날 훈련에서 K9 자주포를 비롯해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2.75인치(70mm)유도로켓 비궁 등 총 290여 발을 남서쪽 공해에 설정한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했다고 밝혔다.

해병대는 훈련 배경에 대해 "최근 GPS 교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로 인해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병대는 "오늘 훈련 이후에도 정례적인 해상사격훈련으로 해병대 화력운용능력 향상과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혀 향후 서북도서에서의 훈련을 본격적으로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해병대의 해상사격훈련은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체결됐던 9.19 합의 이후 잠정 중단됐다. 양측은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 해상에서는 서해와 동해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해당 구역 내에서는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2일 북한이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하자 그에 대한 대응 조치로 윤석열 정부는 이날 남북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합의 1조 3항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다음날인 23일 북한 국방성은 성명을 통해 9.19 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사실상 합의를 전면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7개월이 지난 올해 6월 4일 정부는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따른 북한의 오물 풍선 문제가 불거지자 9.19 합의 전체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그동안 실시하지 못했던 훈련이 이날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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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는 26일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K9사격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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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다수 발생했고 이에 따라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사망했다는 점에서, 이번 해상사격훈련이 남북 간 충돌의 빌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은 해병대 연평부대가 K9 사격 훈련을 벌인 이후 연평도에 122mm 해안포와 방사포를 동원해 연평도 곳곳을 포격한 바 있다. 이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이 순직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14일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인 '바다수리-6형'의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한 자리에서 '해상국경선'이라는 개념을 언급한 것도 양측 간 충돌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조선 서해에 몇 개의 선이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시비를 가릴 필요도 없다고, 명백한 것은 우리가 인정하는 해상국경선을 적이 침범할 시에는 그것을 곧 우리의 주권에 대한 침해로, 무력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문제는 남한이 주장하는 NLL과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해상국경선'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남북은 그간 NLL을 둘러싸고 적잖은 갈등을 보여왔다. 남한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과정에서 설정된 NLL을 사실상의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자의적으로 설정된 선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전협정 당시 협정 당사자들은 해상경계선과 관련, 전쟁 전 남한의 영토였던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서해 5도를 유엔사령관의 통제 하에 두는 것과 함께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수역을 존중한다(shall respect the water contiguous to the Demilitarized Zone)"는 합의만 이뤘다.

이후 북한이 1973년 10월 서해 5도 인근 수역에 함정을 보내 이 수역이 자신들의 영해이며 섬에 통행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해 경계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는데, 1974년 1월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국장 명의로 작성된 <서해연안 한국 도서>라는 제목의 비밀문서 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NLL의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해상경계로서 NLL의 취약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은 국제법상 영해 설정 원칙인 '등거리원칙'을 적용해 1999년 9월 2일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선포했다.

북한은 이 분계선을 통해 연평도와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로 가기 위한 좌우 폭 1마일의 해로 통항만 허용하고 인근 수역은 북한의 해역이므로 자신들이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섬이 아닌 육지를 기준으로 등거리원칙을 적용한 무리한 시도였다.

이에 2000년대 들어 북한은 2005년 4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이후부터 '조선 서해 경비계선'을 주장해왔다. 이 선은 모양은 NLL과 유사하지만 그 경계가 보다 남쪽으로 내려와 있다.

서해 해상 경계를 두고 남북 간 합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군사적 충돌을 막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지난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NLL 인근을 공동어로구역 지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서 양측은 평화수역 및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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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경계를 두고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의 파란색 선이 북방한계선(NLL), 빨간색 실선이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 서해 경비계선'.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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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참모본부는 26일 "북한은 오늘(26일) 오전 5시 30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미 정보당국에서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30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합참은 북한이 1발의 미사일 발사를 시도했으며, 파편이 최대 250km 정도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미사일 동체가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다가 해상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미사일이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지난 1월과 4월 시험비행에 성공했고, '고체발동기 믿음성'을 검증했다고 했다"며 "좀 더 발전된 상태에서 시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북한의 발사 의도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부산에 정박한 배(미 항공모함 루스벨트)도 있고 많은 훈련을 했는데 그런 것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고 자체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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