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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주중 美대사 "대사관 행사 번번이 방해, 참석 중국인 심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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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중국인의 대사관 행사 참석을 막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국 미국대사가 작심한 듯 이렇게 중국의 반미 행보를 성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번스 대사는 WSJ와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대사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는 중국인을 심문하고 협박하고 있다”며 “이뿐 아니라 대사관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반미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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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왼쪽)가 지난 4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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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 대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주중 미 대사관의 각종 활동을 방해하는 중국 당국의 움직임이 강화됐다. 이와 관련, 번스 대사는 “(중국은) 양국 국민의 재결합에 찬성한다고 말하지만,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극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이후) 중국 국가안전부 등이 중국인에게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참석자들을 협박하려고 시도한 공개 행사가 61건으로 집계됐다”며 “대사관이 주최한 정신건강 전문가 강연, 여성 기업가 정신 관련 토론회, 다큐멘터리 상영회, 문화 공연 등에 참석한 사람 중 일부는 늦은 밤까지 중국 당국의 심문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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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2일 중국 베이징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유학생들이 비자 신청 인터뷰를 위해 대사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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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 대사는 또 “중국이 중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 진학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중국 전역에서 열리는 대학 박람회에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 외교관의 홍보 활동 참석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교류 프로그램에 선발된 중국 학생 수십 명 중 절반이 중국 당국과 학교 등의 압력으로 중도에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당국이 미 대사관의 중국인 직원 채용도 허가하지 않아 비자 발급 업무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지난 10일 중국 지린(吉林)시의 한 공원에서 발생한 미 대학강사 4명에 대한 흉기 상해 사건과 관련해선 “중국 당국은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사건에 대한 추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며 “가해자의 동기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 내 반미 정서와 관련이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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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중국 지린성 지린시의 한 공원에서 아이오와대 소속 미국인 강사 등 4명이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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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마오닝(毛宁)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와 유사한 우발적인 사건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등 관계 부처는 번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선 따로 논평하지 않았다.



“북·러 밀착이 미·중 대화 유도”



이처럼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가 양측의 대화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키 타츠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날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미국에) 중국과 (북핵) 이슈에 매우 초점을 맞춘 좁은 대화의 창을 만들 수 있다”며 “미국은 올해 대선이 있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북한 문제를 포함해) 중국과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내에선 중국발 사이버 안보 위협론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을 겸직하는 티머시 호크 미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이날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수천 명의 인력을 투입해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위협하고 핵심 인프라에서 중요한 거점을 만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021년부터 매년 2만개 이상의 사이버 취약점이 발견된다”며 대중국 사이버 보안 강화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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