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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상법 개정시 과도한 민사책임" 토로한 재계…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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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3단체 '기업 밸류업 세미나' 개최

상법개정·세제개편·경영권방어수단 논의

이복현 "지배주주·일반주주 이익 균형있는 보호 필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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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소액주주 보호 방안으로 제안된 상법 개정과 관련해 정면 반박에 나섰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추가할 경우 "과도한 민사책임으로 혁신적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경제 3단체(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경제인협회)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이는 지난 12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 세미나의 반대급부로 마련된 자리다. 지난 정책 세미나가 투자자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재계 주도로 동일 쟁점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는 취지다.

이날 상법 개정 관련 주제발표를 맡은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주식투자 인구가 1400만명이 넘고 주식소유의 목적도 제각기인 상황에서 이사가 모든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과도한 민사책임으로 인해 이사의 혁신적인 경영활동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은 자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회사의 이사책임 보상계약제도 도입, 회사의 피고측 소송참가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최고세율 50%에 달하는 높은 상속세 등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코리아디스카운트에 영향을 주는 세목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라며 "고세율, 최대주주할증, 기업승계제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가업상속공제의 불합리한 요인 등으로 기업승계의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적용 대상 확장 △상속재산 처분시까지 과세 이연 △연부연납기간 연장 등을 주장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경영권 방어 제도가 오남용될 것이 두려워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보다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을 무조건 외면하는 것은 선진기업지배구조 정책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면서 "경영권 방어 수단은 '회사'의 입장에서 경영권 방어가 필요한지에 대한 사법심사를 기반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축사를 맡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업지배구조의 새 패러다임 정립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균형 있게 보호된다는 믿음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국제 정합성이 부족한 과도한 규제나 세 부담 등 한국적 기업지배구조의 특수성과 맞물려 기업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해 왔던 법적·제도적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창의적·모험적 기업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제도 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학계·경제계·유관기관과 논의를 지속한다는 방침도 덧붙였다.

투자자 측 토론 패널들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 논의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인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주주 보호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이사의 의무 개정 논의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해 이사가 회사와 이익충돌 관계를 형성하거나 사익추구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발달한 법리이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인수합병(M&A)같이 주주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는 영역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의 의무와 책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계와 행동주의 펀드 등은 상법 개정 이슈와 관련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한경협,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단체 8곳은 지난 24일 상법 개정 계획에 반대하는 공동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재계는 "현행 법체계로도 충분히 주주 권리를 보호할 수 있고, 개정으로 경영 혼선만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 등으로 구성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경제단체가 제출한 '상법 개정 반대 공동건의서'를 두고 사실과 법리를 왜곡한다는 논평을 전일(25일) 발표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에서 "8개 경제단체가 공동건의서를 통해 거짓말과 가스라이팅으로 합리적인 토론장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이라고 재반박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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