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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IPO 뜯어보기] 변압기 테마 타고 상장 도전하는 산일전기, 호황기 준비 못한 것은 치명적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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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전문기업 산일전기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과거 한 차례 코스닥시장 상장을 노린 적이 있으나 최근 ‘변압기 시장 슈퍼사이클’을 앞세워 코스피 상장을 택했다. 에이피알, HD현대마린솔루션, 시프트업에 이은 올해 4번째 코스피 신규 상장 도전이다.

회사는 상장 후 몸값으로 9000억원을 꺼내 들었다. 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 주가 상승 추이가 반영됐다. 다만 변압기 시장 호황에 선제 대응하지 못해 실적 추가 개선 여력이 낮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향후 매출 증가 여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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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산일전기 전경. 이 회사는 매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코스피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산일전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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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일전기는 지난 21일 금융위원회로 코스피 상장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 지난 19일 심사 승인 2일 만에 공모 절차를 본격화했다. 올해 4번째 코스피 상장 도전 기업이 됐다.

회사는 이번 상장에서 760만주를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신주 650만주, 구주매출 110만주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2만4000~3만원으로 책정했다. 밴드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2280억원, 상장 후 시가총액은 9134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장 주관은 미래에셋증권이 맡았다.

시장에선 산일전기가 올해를 상장 최적기로 택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확대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로 변압기 시장 슈퍼사이클이 도래해서다. 특히 미국의 변압기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전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한다.

산일전기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을 핵심 고객사로 확보, 북미향 배전 변압기 물량을 잇따라 공급하며 2022년 129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교류 전압을 승압과 강압으로 조정하는 변압기 제조·판매를 주력 사업으로, 1994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1000억원대 매출이었다.

산일전기의 작년 매출은 더욱 늘었다. 북미 지역 변압기 교체 시기 도래에 따른 수주 증가로 미국에서만 1400억원 매출을 냈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늘린 유럽향 매출 증가로 총 214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재작년 122억원에서 작년 466억원으로 증가했다.

산일전기 측은 “주문량이 증가함에 따라 매출은 늘고 단위당 생산 비용은 감소해 원가가 하락하는 선순환 구조에 들었다”면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점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일전기의 상장 후 몸값 9134억원은 작년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1년치 당기순이익에 비교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한 수치다. 올해 1분기 매출만도 706억원으로 전년 동기 530억원 대비 증가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94억원에서 165억원으로 증가한 점이 반영됐다.

여기에 변압기 슈퍼사이클이 비교기업 주가에 반영되면서 PER 배수만도 20.58배가 적용됐다. 20배 이상 PER 배수는 그동안 테크 기업에나 적용됐지만, 비교 기업에 오른 LS일렉트릭만 해도 연초 대비 주가가 160% 넘게 상승하면서 PER 배수가 25를 넘었다. 제룡전기 PER은 15.93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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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일전기 산업용 변압기. /산일전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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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산일전기의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및 일반 청약이 흥행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9월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당시 기업가치가 27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도 안 지나 기업가치가 세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지만, 최근 기관은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 후 첫날 털어버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다만 9000억원 넘는 몸값의 지속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분기 기준 약 700억원 수준 매출에 165억원 당기순이익이 현재 산일전기가 거둘 수 있는 실적 고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산일전기는 변압기 시장 슈퍼사이클에 대비한 생산 능력 확대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산일전기의 지난 1분기 생산 설비 가동률은 90%로 집계됐다. 장비 점검 시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풀가동 중인 상태로, 실적 개선 상방이 막힌 셈이다. 실제 올해 1분기 월평균 매출은 235억원, 이후 4월과 5월 매출은 각각 232억원, 229억원으로 감소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산일전기가 사전 설비 확충 등을 진행하지 못해 실적 자체는 상장을 추진하는 지금이 최고점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생산 설비 최대치 가동에 따른 설비 고장, 올해 상장 추진에 따른 비용 지출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역성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일전기는 공모 자금을 생산능력(CAPA) 확대에 최우선 배정했다. 현재 운영 중인 제1공장 인근 부지에 제2공장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변압기 제품 생산설비 구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8월부터 부분 가동을 예정했다.

한편 산일전기는 내달 9일부터 15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 진행 시 18~19일 일반 청약을 거쳐 내달 말 상장한다. 상장 예정 주식 수는 3044만5200주로 전체의 20.45%에 해당하는 622만7100주가 상장일 유통된다.

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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