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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하루천자]삶의 마지막을 위한 '애도의 문장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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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 책의 전반부는 김이경 작가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제망부가(祭亡父歌)'다. 동시에 지금도 애도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다. 애도하는 사람은 아프다. 아픔이 흉은 아니다. 그러나 아픔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괴할 지경에 이를 때, 그 아픔은 흉이 된다. 삶이 죽음과 이어져 있듯, 아픔은 치유와 자리바꿈을 전제하는 정서다. 저자는 우리가 이 특별한 아픔을 특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잘 다스려진 애도는, 바꿔 말해 잘 조율된 아픔은, 산 자와 고인이 마지막으로 주고받는 '마음의 온기'가 된다. 글자 수 991자.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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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저마다 다르듯 죽음도 사람마다 다르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창졸간에 죽음을 당하는 이도 있고, 몇 달 몇 년씩 병을 앓다가 마지막을 맞은 이도 있으며, 노쇠하여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사고나 병으로 갑자기 고통스럽게 죽기보다는 살 만큼 살고 자연스럽게 죽기를 바란다. 늙도록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바라며, 오래 앓지 않고 곱게 자연사하는 좋은 죽음(well-dying)을 꿈꾼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하고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으며 건강한 노후를 계획한다.

그러나 이삼일만 아프다 편안히 세상을 뜨는 것은 소수에게만 찾아오는 드문 죽음이며, 그런 점에서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이다.
미국의 외과의사 아툴 가완디가 쓴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책인데, 그걸 보면 많은 이들이 꿈꾸는 이런 자연사가 현실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 현실이 어떤지는 책의 목차에 이미 드러난다.

1. 독립적인 삶-혼자 설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
2. 무너짐-모든 것은 결국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3. 의존-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다
(…)

제목만 봐도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애 마지막이 어떨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늙고 노쇠하여 떠날 시간이 다가오면, 사람은 중병을 앓지 않아도 '혼자 설 수 없고', 심신은 '허물어지며',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아툴 가완디가 책에서 노인병학과 완화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형태의 노인요양시설을 취재해 보여주는 것도 이런 현실을 알기 때문이다.

외과의사이자 의학 분야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셔윈 눌랜드 역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라는 유명한 저작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는 현대의 법적·의료적 체계에선 노령을 사인(死因)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로 인한 질병을 사망원인으로 적시하지만, 실제 죽음에 이르는 가장 큰 이유는 노화라고 지적한다. 늙는다는 것 자체가 죽을 만큼 힘든 일이고, 결국 죽음의 한 요인이란 거다.

-김이경, <애도의 문장들>, 서해문집,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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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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