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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오락가락’ 정부, 가계부채 뇌관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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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미뤘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규제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두 달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 방향’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거론하며 “자금 수요가 긴박한 분들이 많다”고도 했다. 민생을 두루 돌봐야 하는 고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거품을 키우고 ‘영끌’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은 가계부채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폭증하는 가계대출부터 조여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1109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 원 많았다. 증가 폭은 지난해 10월(6조7000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더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스트레스 DSR이 정책 수단으로 중시되는 것은 가계부채 부담을 더는 효과가 기대돼서다. 금융권 대출을 통한 가계부채 증가를 탄력적으로 제어하는 처방인 것이다. 올해 2월 은행권 주담대를 대상으로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가 시행됐다. 2단계에선 은행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50%를 확대 적용한다. 3단계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100% 적용한다. 하지만 2단계가 미뤄지면서 3단계 시행도 내년 초에서 하반기로 연기됐다. 이제 스트레스 DSR이 본연의 기능을 낼지도 알 수 없게 됐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한계 차주들의 처지를 고려할 때 시간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겠지만 가계대출 관리에 과연 여유 부릴 여분의 시간이 있는지 의문이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월 이후 매달 4조~5조 원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내리면서 주요 은행 대출금리 하단이 2%대까지 주저앉고 있다. 불을 꺼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기름을 퍼붓고 있는 것 아닌가.

주택매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는 지난해 12월 2만6934가구에서 4월 4만4119가구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10억4082만 원에서 11억4549만 원으로 증가했다. 한은 조사 결과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6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7포인트(p) 오른 108로 집계됐다. 이러다 부동산 광풍이 다시 몰아칠 수도 있다. 과연 누가 어찌 책임을 질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계대출 이자 비용이 지난해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는 통계청 통계가 있다. 관련 당국이 전력을 다해 부채 축소를 유도하라는 경고등이다. 하지만 당국은 외려 2단계 규제 시행을 미루는 선택을 했다. 엉뚱한 경로를 택한 셈이다. 잘하는 짓인가. 정부가 널리 공지한 제도 시행 1주일을 앞두고 주요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도 문제다. 정책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가계대출 화로에 기름을 붓는 ‘오락가락’ 행정이 여간 꼴사납지 않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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