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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정권 유지 위해 여기저기 전쟁 일으키려는 네타냐후…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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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과 관련, 부분적인 협상은 할 수 있지만 하마스를 완전히 없앨 때까지 전쟁은 계속 할 것이라고 밝히자, 인질 가족들뿐만 아니라 정부 관료까지 나서서 인질의 무사 귀환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비판에 나섰다.

23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방송 채널 14의 <더패트리엇>에 출연해 현재 고강도의 전쟁 국면이 끝난 뒤 하마스와 종전 합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쟁 끝낼 준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중 일부를 돌아오게 하는 부분적인 협의는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하마스를 완전히 파괴하려는 우리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계속 싸워야 한다"고 말해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인질 가족들로부터 비판이 제기됐다. 인질 및 실종자 가족 포럼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당초) 제안에서 벗어난 총리의 (인터뷰) 입장을 강력하게 비난한다"며 "이는 총리가 120명의 인질을 버리면서 자국민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도덕적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질 가족들이 이러한 평가를 내놓는 이유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같은 발언으로 하마스가 협상에 응할 동력이 없어지고, 그렇게 될 경우 인질 석방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협상에 참여한 소식통들은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인터뷰를 통해) 하마스에 요구하고 있는 '모든 인질'의 석방에는 관심이 없으며, 하마스가 요구하는 사항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들 중 한 소식통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가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매체 <왈라>는 이스라엘의 한 관료가 협상에 참여한 소식통들과 비슷한 비판을 했다며 "오늘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협상 타결 가능성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총리실은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120명을 모두 돌려보낼 때까지 가자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해명했다.

협상의 상대방인 하마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대해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제안을 이스라엘이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프레시안

▲ 23일(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방송 채널 14의 <더패트리엇>에 출연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채널 14 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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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와 협상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도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며 중동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와의 격렬한 전투가 끝나가고 있다.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격렬한 전투는 라파에서 종료하려 한다"며 "이후 방어 목적으로 북쪽에 일부 병력을 재배치할 것"이라고 말해 헤즈볼라와 본격적인 전쟁을 벌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헤즈볼라와 전면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외교적 해결책이 있기를 바라지만 없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는 여러 전선에서 싸울 수 있다.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과 차치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전보장회의 의장이 지난주 미국에 다녀온 뒤 외교적 해결책에 대한 희망을 본인에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주 전력 문제와 연관된 한 고위 관료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경고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재앙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를 넘어 레바논의 헤즈볼라에까지 전선을 확장시키려는 데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세계는 레바논이 또 다시 가자지구가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사실상의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23일 보츠와나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국방장관 회담 참석 계기에 기자들과 만난 브라운 의장은 "이란은 헤즈볼라가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고 느낄 경우 헤즈볼라에게 훨씬 강력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브라운 의장은 지난 4월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폭격으로 인해 이란의 미사일과 무인기가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광범위한 전쟁을 치를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CNN은 지난 21일 미 고위 관리들이 이스라엘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해 실제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미국의 방침은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의장은 미국이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계속 대화하고 있으며 갈등이 확대되는 데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에 대한 어떤 유형의 작전이든 그에 따른 여파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그리고 (중동)지역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내 우리 군에도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지난 수 개월 간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에서 이뤄지고 있는 충돌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해 위해 미국이 노력했음에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계획을 "승인하고 검증"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양측 간 긴장을 낮추기 위해 아모스 호크스테인 미 에너지안보 수석보좌관이 지난주 레바논과 이스라엘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호크스테인은 지난 18일 레바논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확전을 막기 위한 외교적 해결책이 긴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신은 미국이 외교적 해결책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및 그 밖의 고위 관리들과 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방문하면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날까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3만 7598명이 사망하고 8만 6032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인명피해가 점점 늘어나며 국제적인 비난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다른 곳으로도 확대시키려는 배경에는 국내 정치 문제가 있다.

사법개혁 및 부패 혐의로 인해 인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정부 유지를 위해 극우 세력에 의존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전시체제가 유지돼야 의회 구성을 위한 투표를 하지 않은 채 계속 정권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시 체제 속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베니 간츠 대표는 지난 9일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전후 통치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전시 내각에서 탈퇴했고, 갈란트 장관은 지난 5월 15일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가자를 만들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가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전후 통치 방식에 대한 변경을 요구했다.

또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9일 이스라엘 채널13과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말살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대중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하마스는 사상이자 정당으로 주민들의 마음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우리가 하마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든 틀린 것"이라고 말해 네타냐후의 계획에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스라엘군 전 참모차장 출신인 중도좌파 정치인 야이르 골란 노동당 대표는 지난 15일 "납치된 사람들을 구출하는 동시에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진실"이라며 하마스 전시 내각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국경에서 점점 더 피비린내 나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끝낼 계획이 없다. 이건 가혹한 현실"이라며 "이스라엘을 다시 세우려면 정부 교체가 필요하다. 이는 네타냐후와 그의 연정 파트너들에게 새로운 선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대규모 시위 없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스라엘 국민들이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그들(시위대)의 목표는 매번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이며 또 다른 핑계가 있다"며 "저는 이것이 국가의 대부분을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이 통합이 필요한 때라고 국민들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 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시위가 "좌파들로부터 만들어진 재앙"이라고 규정하며 시위대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은 통합이 필요한 때"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월7일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언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은 이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며, 격렬한 전쟁이 끝난 후에는 이 문제를 논의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대신 네타냐후 총리는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 가디 아이젠콧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등 전시 내각을 구성했다가 떠난 이들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아무도 전쟁 중에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이스라엘 정부의 몰락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탄생시키게 할 수 있는 좌파 연합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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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10월 28일(현지시각) 텔아비브에 위치한 키르야 기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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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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