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이슈 취업과 일자리

"한국 기업엔 희망 없다···취업하느니 전문직 도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재 대탈출···코리아 엑소더스가 온다]

로스쿨 진학 늘고 세무사 등 선호

낮은 처우에 고용 불안정 큰 원인

경직된 조직문화도 기피요인 꼽혀

공정한 평가보상시스템 도입 절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시험 지원자가 2만 명에 육박하면서 2009년 제도 시행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에서는 총수까지 취업 설명회에 등장하며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유능한 인재들은 취업 대신 전문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2월 서울대 경영대학 졸업생 중 로스쿨을 비롯한 대학원 진학은 30명에 달했지만 대기업 취업자는 5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생의 1순위가 금융기관과 대기업 취업이라는 것도 이젠 옛말”이라며 “고스펙을 쌓는 노력 대비 보상과 근로조건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인재들이 기업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4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다음 달로 예정된 법학적성시험(LEET) 원서 접수에 1만 9400명이 지원했다. 제도가 도입된 2009년(1만 960명)과 비교하면 70% 이상 늘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전문 직종도 비슷했다. 지난달 치러진 세무사 1차 시험 응시자는 2만 3377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 가까이 급증했으며 노무사 1차 시험 응시자 역시 1만 2685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청년들이 취업 대신 전문직에 몰리는 데 대해 기업의 낮은 처우와 고용 불안정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고물가와 불황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의 처우와 근로조건은 전문직과 비교해 열악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 사이에서 일한 만큼의 성과가 보장된 전문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문직 평균 사업소득(연봉)은 의사 2억 6900만 원, 회계사 1억 1800만 원, 변호사 1억 5000만 원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591만 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7092만 원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경우 3432만 원으로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취업 준비생 A(26) 씨는 “노후를 생각하면 대기업보다 정년이 없는 전문직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며 “취업 스터디를 접고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경직된 조직 문화도 기피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상명하복 문화와 불필요한 야근, 생산성 없는 회의 등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힘든 근무 환경도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야기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1곳에서 육아휴직 활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있어도 직장 내 보이지 않는 문턱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B(37) 씨는 “사실상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인사상의 불이익이 존재한다”며 “주변에서도 가급적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비합리적인 평가·보상 시스템도 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개한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40세대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계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을 고려하는 사유로는 ‘금전 보상에 대한 불만족(61.5%)’과 ‘기대보다 낮은 평가(27.4%)’ 등이 꼽혔다. 인사관리(HR) 테크 기업 원티드랩 조사에서는 직장인 응답자의 80%가량이 “연봉 협상이 아닌 통보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만큼 평가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기업은 우수 인재 이탈 방지를 위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 등 공정한 평가·보상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