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우원식, '인민재판 청문회' 논란에 민주당 우회비판…"태도가 리더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당시 논란이 된 야권 청문위원·위원장의 언행에 대해 우회적 비판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2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저는 오랫동안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면서 '태도가 리더십'이라는 것을 너무나 절실하게 느낀다"고 에둘러 말했다.

우 의장은 "청문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진상 규명이다. 진상 규명을 위해 의원들도 참여한 증인들도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태도가 리더십"이라면서 이같이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는 이후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청문회, 국정조사의 핵심은 진상을 밝히는 것이고 진상을 밝히려고 하는 노력이 있었던 것"이라고 '친정'인 야권 청문위원들을 방어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그 문제에 접근해가는 태도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좀 더 겸손해야 된다"고 좀더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앞서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는 이종섭·유재은·임성근 등 채상병 사건 수사 축소·은폐 의혹 대상자들에게 야권 청문위원들이 다소 부적절한 언행을 보여 논란이 됐다. 이종섭 전 장관 등의 선서·증언 거부나 회피성 답변, 이미 드러난 이들의 무책임·부적절한 행위를 감안하더라도, 이를 추궁하는 야권 정치인들의 태도 또한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컨대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시원·임기훈 전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의사진행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위원장·위원이 요구하는 대로 답변하지 않았다면서 "집으로 가라고 하면 본인들 좋은 일이기 때문에 10분, 20분, 30분 단위로 퇴거(퇴장) 명령을 할 테니 밖에 나가서 성찰하고 오시라"고 지시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의 언행이 논란이 되자 '국회법에 따른 위원장의 질서유지권'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

국회법 145조는 상임위원장의 질서유지권에 대해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 회의장에서 이 법 또는 국회규칙을 위반해 회의장의 질서를 어지럽혔을 때"에 "경고나 제지를 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의원에 대해서는 당일 회의에서 발언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퇴장시킬 수 있다"고 돼있다. 그러나 '의원'이 아닌 '증인'에 대해, '법·규칙'이 아니라 '위원장의 의사진행 방침'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당일 회의에서 퇴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10분간 퇴장했다가 다시 들어오라'고 명령하는 것은 모두 법규에도 관행에도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 소지가 있다.

정 위원장은 또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청문위원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일부러 기억 안 하려고 노력해서 굳이 기억 안 나게 하는 것은 다 들키게 돼있다", "일부러 기억이 안 나게 뇌 흐름을 이상하게 조작하지 말라"고 상식 밖의 추궁을 하기도 했다.

박균택 의원은 '안보상 이유'로 답변을 거부한 임 전 비서관에게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 공직자가 아니라 인간도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이지" 등 폭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인민재판 같더라"(나경원 의원, 24일 CBS 라디오), "너무 윽박지르고 조롱하고 벌을 세우고 퇴장시키고 하는 과정이 정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굉장히 과장된 역할극이고 블랙코미디"(김영우 전 의원, 같은날 KBS 라디오 인터뷰), "국민 앞에서 거의 망신을 줬다. 저렇게 말을 하면 맞는 이야기를 해도 국민이 분노할 것"(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 며칠째 비판이 쏟아졌고,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해당 사태에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우 의장 앞으로 보내기까지 했다.

우 의장은 이같은 상황과 관련, 이날 관훈토론에서 "야당, 특히 민주당에 말씀드리면,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 준 의석이 아니다.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 잘못한다는, 고쳐야 된다는 국민들의 태도가 선거를 통해서 반영된 것"이라면서 "이런 속에서 민주당이 취할 태도는 정말 겸손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크게 질책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 의장은 또 야권 정치인들이 대통령 탄핵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탄핵은 정말 국가적 불행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대통령의 임기 5년은 헌법적 권한이기도 하다. 그래서 탄핵을 언급하는 것은 신중하게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 선거 끝나고 보수를 대표하는 언론이 '이번 총선의 결과는 국민적 탄핵에 버금간다'고 사설을 썼더라.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집권세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프레시안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禹의장, 국민의힘 원내복귀 결정에 "잘했다"

우 의장은 이날 토론회 도중 전해진 여당 국민의힘의 원내복귀 소식에 "7개 상임위를 받고 국회로 들어오기로 결정한 것은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로 잘 하신 판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우 의장은 다만 "추경호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제가 추 원내대표와는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고, 아주 원만하고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분이어서 제가 늘 존경하던 분인데 이번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의를 표명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문제 역시 국민의힘에서 잘 판단해서 해 가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우 의장은 원구성에 대해 "(한 정당이) 18개 의석을 다 갖는 것은 그만큼 무거운 일"이라며 지난 21대 국회 당시 문재인 정부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18개 위원장직을 모두 가져갔던 사례에 대해 "국민들의 반발, 대통령의 권한도 있고 국회까지 다 가진다는 독주의 프레임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그래서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함께하지 않으면 또 잘 처리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국민들을 다 설득하기가 매우 부족한 면도 있고, 하다 보면 너무 과해지는 면도 있다. 때문에 단독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는 민주당도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당이 국가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세력으로서 나머지 7개를 가져가는 게 맞다"며 "국민의 민심으로 드러난 의석 비율은, 민주당의 주도성을 인정하되 또 한편으로는 108석이 갖고 있는 국민의힘의 크기를 보면 11대 7로 원을 구성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한편 최근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 내 국회의장 후보 선출 경선 때 당원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도록 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생각은 있지만 한 정당의 일을 국회의장으로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얘기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당원들의 역할을 대폭 확장시켜 나가고 당에서 크게 목소리를 내게 하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준은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라고 하는 기준을 그동안 갖고 있다"며 "국회는 국민의 대의를 대변하는 헌법기관이고 국민의 대표 기관"이라고 해 개정 당헌당규에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우 의장은 또 5년 대통령 단임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개헌 작업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하며 "이 문제와 관련해서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다. 대통령을 직접 뵙고 개헌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대통령께서 결단하실 수 있도록 국회의장으로서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며 "제가 (국회의장) 공관에 들어간 지 2주 됐는데 토요일마다 그 뒤 산을 산책하면 대통령 공관 옆으로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거기서 소리 한 번 지를까 하다가 국회의장이 그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지나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