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렐 EU 고위대표 FT 인터뷰…"헝가리 기권, 집행 참여 불가"
유로클리어에 묶인 282조원…수익금 4조원, 7월부터 무기구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지난해 10월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유럽 정부 수반 회의에 참석한 모습<자료사진>. 2023.10.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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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유럽연합(EU)이 역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활용하기로 잠정 합의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EU 의장국을 맡는 헝가리의 거부권을 법적으로 우회하기 위한 방안을 고안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24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헝가리가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금을 따로 떼어내기로 한 합의에 기권했다며 "이 돈을 사용하기로 하는 결정에 (헝가리는)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일 EU 27개 회원국 대사는 벨기에 국제 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에 보관된 1900억 유로(약 282조 원) 상당의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에서 얻은 수익금 약 30억 유로(약 4조4580억 원)를 오는 7월부터 순차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수익금 중 90%는 우크라이나 무기·군사장비 구매에, 나머지 10%는 재건 비용 조달에 사용될 예정이다.
그간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에서 친(親)러 성향을 보여 왔던 헝가리는 이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내지 않아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간주됐고, 따라서 유로클리어 내 동결 자산 수익금을 인출하는 내용을 논의하는 후속 회담에서 헝가리가 어깃장을 놓아선 안 된다는 게 이날 보렐 대표의 주장이다. 보렐 대표는 "모든 법적 결정이 그렇듯 (차선책은) 정교한 것"이라면서 어쨌든 합의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식으로 헝가리의 거부권을 우회하면 지난 1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합의 내용도 이행할 수 있게 된다. G7 정상들은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특별수익촉진(ERA) 대출'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총 500억 달러(약 69조 원)를 연말까지 먼저 대출해 준 뒤 이를 내년부터 얻게 될 러시아 동결 자산 수익금으로 상환하는 형태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들의 제재로 동결된 자산은 총 3000억 유로(약 445조 원) 수준이며 이 중 70%인 약 1900억 유로가 유로클리어에 묶여있다. 유로클리어에 동결된 자금 대부분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현금과 유가증권으로 연간 25억~30억 유로(약 3조6000억~4조3000억 원)의 이자 수익을 창출한다는 게 EU 집행위의 설명이다.
이날 보렐 대표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헝가리가 체결한 것과 유사한 거래를 헝가리에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FT에 밝혔다. 지난 12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나토 회원국인 헝가리의 병력 참여 배제를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나토가 장기적으로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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