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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조기총선에 출마한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사진) 영국개혁당 대표가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발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위험성을 10년 전부터 반복해 경고했다”며 “영국의 미래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미리 경고해온 이를 선택할지, 전쟁이 현실이 되도록 방임한 정당을 선택할지 묻겠다”고 강조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패라지 대표가 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실수는 재앙적이며, 진실을 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패라지 대표는 전날 방영된 영국 BBC와의 방송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확장이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줬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텔레그래프 기고는 그의 이런 발언이 논란을 촉발한 뒤 공개됐다.
BBC 인터뷰에서 패라지 대표는 “우리가 이 전쟁을 도발했다(provoked)”는 표현까지 썼다. 그간 전쟁의 원인을 나토에 돌려온 푸틴의 논리와 사실상 똑같은 취지의 발언이다.
이에 영국 정가는 발칵 뒤집혔다. 집권 보수당 소속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패라지의 발언은 완전히 잘못됐고, 푸틴의 손에 놀아난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보수당의 토바이어스 엘우드 의원은 “처칠이 무덤에서 일어설 일”이라고 말했다. 패라지 대표의 발언을 보수당의 정신적 뿌리에 해당하는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내세워 비난한 것이다.
총선 이후 차기 총리 등극이 유력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역시 해당 발언에 대해 “역겹고 수치스럽다”며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비난에 패라지 대표는 기고를 통해 똑같은 주장을 이어가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그는 나토와 EU의 확장에 대해 “러시아라는 곰을 막대기로 찌르는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또 영국의 경제 위기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및 기타 지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이 모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동의한 결과 수백만 영국 가구가 생활비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면서 보수당과 노동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편 다음달 4일 치러지는 영국 조기총선의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차이로 밀리고 있는 집권 보수당은 영국개혁당에게도 추월당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3일 발표한 지지도 동향에서 노동당은 3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유지했다. 영국개혁당은 지지율 19%로 보수당(18%)을 젖히고 2위로 올라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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