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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탈리아에 첫 소녀상 건립… 일본 어깃장도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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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변호사 출신 스틴티노시 시장
"여성에 대한 폭력은 사회적 재앙"
일본 '비문 수정' 요구 등 항의하자
"전시 성폭력이 본질… 철거는 없어"
한국일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22일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해안가에 건립됐다. 해외에는 14번째, 유럽에는 독일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된 소녀상이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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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소녀상)이 이탈리아에 건립됐다. 해외에 소녀상이 세워진 것은 14번째,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에 이어 두 번째다.

일본은 이번 소녀상 건립을 추진한 스틴티노시(市)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책임을 적시한 소녀상 비문이 수정될 예정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에 진실공방도 일었다. 다만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은 소녀상의 의의가 인류 보편의 가치라며 "철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여성 대상 폭력' 규탄에 뜻 모였다


소녀상은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 해안가에 바다를 등지고 세워졌다. 대중에는 22일(현지시간) 제막식을 통해 공개됐다.
한국일보

이나영(가운데)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2일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앞두고 리타 발레벨라(오른쪽) 스틴티노 시장, 소녀상 건립을 제안한 스틴티노시 시민 로사마리아 카이아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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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녀상은 스틴티노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평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던 스틴티노 시민 로사마리아 카이아자는 친분이 있던 발레벨라 시장에게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시장도 취지에 공감했다. 정의연이 지난해 12월 스틴티노시에 공문을 보내 소녀상 기증을 제안하면서 이탈리아 첫 소녀상 건립이 성사됐다.

발레벨라 시장은 이날 제막식에서 "소녀상을 환영하는 것은 우리에게 모든 폭력과 억압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겠다는 명예이자 헌신"이라고 밝혔다. 또 "여성에 대한 폭력은 결단력과 용기를 가지고 맞서야 할 사회적 재앙"이라며 "'위안부' 이야기는 이 폭력이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발레벨라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시장이 22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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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비문 수정 검토"… 정의연 "사실 아냐"


일본은 크게 반발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지역 매체인 루니오네사르다에 따르면, 스즈키 사토시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는 지난 20일 발레벨라 시장을 찾아가 제막식 연기를 요청했다. 스즈키 대사는 비문 내용과 달리 일본은 범죄를 인정했고 배상 절차를 밟고 있다며 소녀상 건립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제 고발과 "일본은 여성과 인류에 대한 전쟁 범죄를 책임감 있게 인정하고 정의로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비판이 담겼다.

일본 교도통신은 "발레벨라 시장이 '문언(비문)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21일 본지에 밝혔다"고 22일 보도했다. 반면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한국일보에 "보도 후 발레벨라 시장에게 확인했는데, 시장은 교도통신과 정식 인터뷰를 한 적 없으며 비문을 변경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루니오네사르다는 발레벨라 시장이 비문에 관해 "나는 서울(한국)의 공식 입장을 알기를 바라고, 한국 대사와 이를 확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발레벨라 시장은 "오늘 중심에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전시 성폭력이고, 우리가 추모하는 한국 희생자들은 지금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팔레스타인·아프리카 등 전 세계 모든 여성을 대표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역사 지우기는 또 다른 범죄"

한국일보

리타 발레벨라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시장이 22일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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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은 '사죄했으며 배상 중'이라는 일본 주장도 반박했다. 한 사무총장은 "일본이 내세우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피해자 중심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유엔은 그 이후로도 일본 정부에 성의 있는 해결을 요구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인권이사회는 2015년 합의가 피해자 중심으로 체결되지 않았다며 각각 2016년과 2023년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한 바 있다.

정의연은 "역사 지우기는 또 다른 범죄"라며 "일본의 잇단 소녀상 철거 시도는 매우 유감"이라고도 비판했다. 베를린에 세워진 유럽 첫 소녀상은 일본 정부의 수년간에 걸친 전방위적 로비를 통해 철거 위기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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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014230002306)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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