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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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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민 “‘민주당 2중대’ 아닌 개혁선봉대…윤석열 정부 퇴행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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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이 만난 초선]①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인터뷰

경향신문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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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여의도를 대표하는 얼굴이 많이 바뀌었다. 이번 국회에서 초선 당선인은 131명이다. 전체 의원 중 44%가 새로 국회에 진입한 인물이다. 주간경향은 주목할 만한 여야 초선 의원 10인 인터뷰를 연재한다. 의원이 되기 전부터 여러 활동으로 알려진 인물도 있고, 각 전문영역에서 활동이 기대되는 인물도 있다.

“선배들의 발걸음이 멈춰진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기서 한 발 한 발 더 나가 제 다음 진보정치를 하는 분들이 그 기반 위에서 더 많은 것을 펼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이어주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첫 인터뷰 주자로 만난 한창민 의원은 과거 정의당 대변인으로 정치권 주변이나 여러 시사방송 시청자에겐 낯익은 사람이다. 한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때 대전시장 정의당 후보였다. 당시 40세로 전국 최연소 광역단체장 후보였는데 낙선했다. 이번 총선에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더불어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에 흡수된 뒤 그는 원래 소속인 사회민주당으로 돌아왔다. 제도권 정치에 발을 들인 지 10여 년 만이다. 만만치 않은 관록이다. 그를 초선 의원 인터뷰 첫 주자로 선정한 이유다. 인터뷰는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했다.

-프로필을 살펴보니 2002년 개혁국민정당 창당 준비위원회 활동을 했습니다. 그때가 첫 정치참여였나요.

“정치 개념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계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와 ‘맞짱’ 뜨는 걸 보면서 ‘아, 이런 정치인도 있구나’ 생각하고 노 대통령을 매개로 한국사회의 정치·사회 변화를 끌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노사모에 참여한 것이 실질적으론 처음이었고요. 그 후 일련의 과정에서 국민경선으로 뽑힌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권 일부에서 ‘후단협’이라는 것을 만들어 흔드는 걸 보고 ‘국민 후보는 우리가 지키자’고 좀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개혁국민정당이었습니다. 그 후 여러 굴곡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대학 졸업 후 공주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했는데, 사회 선생님이 꿈이었나요.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 교사의 꿈을 이어갔을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봉하마을에서 삼년상을 치르면서 정치에 나서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전에는 선배들을 뒤에서 돕는 활동을 주로 했지 제가 직업정치인으로 활동하겠다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대전시장에 출마했는데요.

“통합진보당이 분열되면서 상처를 입은 동지들을 모으고, 진보정치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활동으로 선거를 치렀어요. 서로 생각은 다르더라도 공통부문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다툼이 있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이 원외 정당이 되면서 어떻게 진보정치를 복원해낼 것인가가 한창민 의원의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사회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에 대해서도 모르는 분도 많을 텐데 일단 소개를 부탁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정의당 창당을 함께했던 동지들의 첫 마음은 기존 운동 영역에서 대중적인 정치영역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단단히 하되 유연한 정치적 실천을 통해 세상을 더 많이 바꾸자는 의미로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2020년 총선을 계기로 오히려 그러한 대중적 진보노선보다는 민주당과의 차별성·정체성 정치를 더 강조하는 방향에서 정치적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초심을 지키면서 고 노회찬 전 대표가 실천했던 유연한 정치적 실천을 이어가자고 했던 많은 동지가 상처를 입고 떠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포함해서 당을 혁신하고자 만든 것이 ‘새 진보’라는 당원 모임이었고, 그 모임이 마지막으로 결정한 것은 ‘정의당이 진보정치의 종착지는 아니지 않느냐, 정의당에서 유연한 정책적 실천이 한계가 있고 배제된다면 다른 도전과 시도, 다른 희망의 정치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사실 사회민주당이라는 당명이 새로운 것이 아니에요. 정의당으로 이름을 지을 때 최종투표에서 48 대 52로 2위를 차지했던 당명이었거든요. 우리가 새로운 진보적 정치결사체를 하면 이제는 사회민주당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걸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노회찬 전 대표가 추구했던 ‘혁신적 노무현’과 ‘세속적 노회찬’의 정신을 이어가는 깃발을 들고 움직이자,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사회민주당입니다.”

-꽤 복잡한 이합집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당내 여러 의견 그룹이 공유하는 인식은 ‘정의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 이번 총선에서 가망 없다’였습니다. 진보정치의 몰락이 내다보이는데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던 것인지.

“아마 많은 분이 잘 아시겠지만 어떤 조직이든 만들어지고 난 다음 아름다운 해소는 잘 안 됩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가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민낯을 드러내며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정의당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꿈꿨던 많은 분과 저 같은 사람도 정말 마음이 아프면서도 답답함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어찌 됐든 원내 진보정당으로서의 ‘법통’은 사회민주당이 잇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네. 그런 부담감이 있죠.”

-그러기 때문에 어깨가 무겁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의당으로 성립된 진보정치가 원외 정당이 됐다고 한 시대를 풍미하고 퇴장하는 것처럼 ‘진보 몰락’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아무튼 정치적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민주당이 진보정치의 또 다른 한 줄기로서 대중적 진보정당의 희망을 이어가야 한다는 각오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내 1석인데요, 비교섭단체의 경우 국가보조금은 얼마나 나옵니까.

“그게 답답한 부분이에요. 선거법뿐 아니라 다른 모든 법, 정치 관계법이나 정당법, 보조금 관련 조항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교섭단체 위주예요. 교섭단체 중심으로 1차 배분이 되고 난 다음에 나머지 배분되는 것도 한 석이라도 많은 정당 위주입니다. 1차·2차 배분되고 또 남은 것이 배분되기 때문에 사실상 300분의 1로 나눠집니다. 그러니 우리가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것이 한 700만~800만원밖에 안 됩니다.”

-그러면 당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내겠네요. 그 돈으로는 전세금도 안 될 듯싶은데요.

“맞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당 보조금 배분 원칙도 좀더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번 선거제도가 준연동형에서 병립형으로 퇴행하는 것은 어렵게 막았지만 여전히 정치개혁 의제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완전 연동형으로 할 뿐 아니라 지방선거도 단체장 결선투표·4인 선거 중대선거구제로 확장하는 것을 앞으로 바꿔야 할 핵심 정치개혁 의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창당하면서 ‘민주당보다 노무현답게, 노회찬보다 더 정의당답게’라는 구호를 내걸었어요. 그러니까 양쪽에서 만족하지 못한 분을 파고들겠다는 뜻이겠지요. 사회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정치적 의제가 있다면요.

“혁신적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겁니다. 핵심은 복지의 국가책임제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주거·교육·일자리, 삶에서 가장 필수적인 네 부분을 국가가 온전하게, 완전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복지영역의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투자라는 것이 연구·개발 투자만 투자가 아니라 복지도 투자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재정구조의 분화를 만들어내야 하고 공정한 세제 체제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조세정책하고 이어질 텐데 직접세를 더 강화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겁니까.

“당연하죠. 직접세와 새로운 세제, 다시 말해 과학기술혁명 이후 전환기에 맞는 신종 세제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데이터세, 로봇세, AI(인공지능)세입니다. 다음으로 토지 공개념을 더 확대해야 합니다. 감세 이야기가 나오는데 증세가 더 필요해요. 공유개념을 확대해 세원을 다시 만들어내고 기존의 복지체제에서 나왔던 세제 구조를 조금 더 보편적 복지 담론 안에서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교육·의료 그다음에 주거와 일자리, 이것도 생활 임금을 줄 정도의 공공 일자리인데 이 공공일자리는 복지와 연결된 생산적 복지 일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부분으로 재정투입이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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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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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제일 큰 논란이 됐던 것이 민주당과 관계설정이었습니다. 정의당 내부에서 계속 발목을 잡았던 비판 중 하나가 ‘민주당 2중대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의당에 있을 때부터 똑같이 변함없는 제 시각으로 말했습니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생각 자체의 프레임에 걸리지 말라는 거죠. 정의당을 민주당의 2중대라는 비판은 양쪽에서 나옵니다. 하나는 우측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연대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강하게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유연한 연대·연합 정치를 반대하는, 오히려 경직된 사고의 진보정치진영에서 그렇게 비판을 합니다. 그러면 제가 되묻곤 하죠. 우리 당원들에게, 그다음으로는 우리와 함께했던 리더들에게 ‘민주당 2중대 맞습니까’라고요. 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고, 또 우리가 아닌데 그렇다면 우리 당 안에서 누가 민주당 2중대죠?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잃어버리지 않으면 신경 쓸 것이 없다, 누가 민주당 2중대라고 비판하면 개혁 선봉대라고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자, 민주당 2중대를 할 거면 민주당에서 정치하고 양당 정치 안에서 개혁을 끌어내야지 우리는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여기 와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것에 대해서는 흔들리지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필요할 때는 연대하고 비판할 때는 단호해야 합니다. 연대와 신뢰가 기본이 돼야지 비판도 통하는 겁니다. 당리당략을 떠나서 국민을 위해서 필요하면 연대하는 것이고 국민을 위해 필요하면 비판하는 겁니다.”

-야권이나 시민사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나 조기 대선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사회민주당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나요.

“저는 3년은 길다고 생각합니다. 당과 제 개인 입장은 하루하루가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다음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압살당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집권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복하기 어렵고 상처는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라도 빠르게 윤석열 정부의 퇴행을 막아야 하는 시기가 와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억지스럽게 탄핵을 바로 해야 한다, 이런 것보다는 지금 우리가 국정조사나 특검과 같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청문회를 포함해서 다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위헌적이고 위법한 사항을 더욱더 적확하게 잡아내고 국민에게 알려낸 다음에 위법·위헌적인 것들이 있다면 빠르게 탄핵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에서 탄핵이 발의되더라도 헌법재판소 통과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나오는 것이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은 어떠냐는 건데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헌재는 사실 헌법기관이기는 하지만 대법원보다 정치성이 매우 강한 기관입니다.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면 헌재 재판관들도 정권 보위를 위해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로 생각합니다. 특검이나 국정조사·청문회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의혹을 넘어서는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면 분명 탄핵 사유는 넘칠 거라고 봅니다. 헌재가 설혹 기각하더라도 그 과정 안에서 충분히 조기종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3년이 길다면 현실적으로 2년 안에는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까.

“1년 안에라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개헌을 통해서든 탄핵을 통해서든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4년 뒤에는 어떤 의원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답다’는 말이 어떤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 같아 즐겨 쓰지는 않습니다만, 4년 뒤 임기를 마치는 시점엔 ‘아, 사민당 의원은 이런 국회의원이구나, 대중적 진보 정치인이란 이런 사람을 말하는 거구나’, 이런 느낌으로 국민이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들의 발걸음이 멈춰진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거기서 한 발 한 발 더 나가서 제 다음 진보정치를 하는 분들이 그 기반 위에서 더 많은 것을 펼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이어주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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