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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고물가에 ‘카드 풍차돌리기’ 공유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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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핀테크와 협업 이벤트 봇물

온라인선 “카드 만들면 35만원 혜택”

가입·탈퇴 반복 ‘재테크 꿀팁’ 소개도

1분기 휴면카드 수 1442만장 달해

헤럴드경제

#. 30대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재테크팁으로 ‘신용카드 풍차돌리기’를 듣고, 가입돼 있지 않은 카드사 세 곳에서 순차적으로 카드를 발급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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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고 한 달 뒤 캐시백을 받은 뒤 해지하는 방식을 반복해 석달 간 30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절약했다. 온라인 재테크 카페 등을 확인해보니 이런 식으로 9~10개 카드사의 카드를 이용하면 1년에 100만원 가량 혜택을 볼 수 있다는 후기를 확인했다.

여러 카드를 발급받아 캐시백 혜택을 받는 이른바 ‘카드 풍차돌리기’가 유행하고 있다. 적게는 5만원, 많게는 35만원까지 페이 포인트나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재테크 ‘꿀팁’으로 공유되고 있다. 여기에 간편결제사와 협업한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지난달 전업 카드사 평균 신규 회원 10명이 가입할 때 7명은 다시 탈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들어두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 비중도 카드사마다 1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발급·관리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포인트·캐시백 혜택 꼼꼼히 따져봐야...조건 많고 복잡=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달 주요 간편결제사 네이버페이·토스·카카오페이에 올라온 카드 이벤트 수는 9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각 카드 추천 플랫폼을 비교해 가장 혜택이 많은 카드를 골라 가입했다 해지하는 방식으로 캐시백 혜택을 챙기고 있다.

가입만으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들은 대부분 ‘이벤트 시작일 직전 6개월간 모든 해당 카드사 카드 이용이력이 없는 회원’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6개월 간격을 두고 움직이는 이들도 있다.

게다가 이전엔 단순히 카드를 발급받고 정해진 개월 수 만큼 일정 금액 이상을 이용하면 그만큼 돌려받는 캐시백 이벤트가 많았지만, 최근엔 카드당 주어진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광고에 나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밖에 20만포인트 이상 큰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는 연회비가 30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카드이거나, 이용하더라도 결제 금액이 50만원을 넘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갈수록 조건이 까다로워짐에도 온라인 상에는 ‘신용카드 풍차돌리기 성공’, ‘신용카드 풍차돌리기 개념 방법 정리’ 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소비 여력은 줄어드는데 씀씀이를 줄이지 못한 고객들이 필요한 소비를 하면서 최대한 많은 혜택을 가져가려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인건비가 많이 드는 카드모집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카드 발급 이벤트가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해지·휴면 카드 10장 중 8장=카드 회원은 카드사의 절대적인 영업기반으로, 각 카드사들은 위와 같은 이벤트 등을 통해 매달 필요에 따라 회원 수 유입을 조절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풍차돌리기 등 방법이 유행하면서 만들어진 카드의 대부분이 다시 해지되거나 휴면카드가 되는 등 소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본인기준(가족카드 제외) 신규회원수는 80만3000명으로, 3월(85만2000명)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지회원은 59만6000명으로 전달보다 2만9000명 줄었다. 월별 신규 가입 대비 해지 비중을 살펴보면 1월 79.3%, 2월 78.9%, 3월 73.4%, 4월 74.2%로 지난달 들어 증가세로 전환했다. 매월 10명의 회원이 새로 들어오면 7명의 회원은 탈퇴한다는 얘기다.

휴면카드 개수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휴면카드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1442만4000장으로, 2023년 1분기(1249만9000장)보다 192만5000장 늘었다. 휴면카드 수는 지난해부터 줄곧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각 카드사별 휴면카드 비중을 살펴보면, BC카드가 40.99%로 가장 높았고, 하나카드가 16.51%, 롯데카드 14.97%, 우리카드 14.93%, KB국민카드 11.50%, 삼성카드 11.33%, 현대카드 11.30%, 신한카드 10.36% 순이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를 만들고 없애는 것이 자유롭다보니 발급 비용이 늘어날 개연성이 있다”며 “기존에 카드를 만들었다가 해지하면서 회원 관리를 잘 하지 못할 경우 보안사고가 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회원가입을 유도하는 것보다 서비스의 차별성을 강조해 부가서비스를 늘리는 식으로 충실하게 이용하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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