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독보적인 능력을 갖춘 이른바 '먼치킨'인 데다가 때로는 악당보다도 더 잔혹하고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는 주인공. 오로지 복수를 향해 빠르게 내달려 가는 이른바 '사이다 전개'(속이 뚫리는 듯 시원한 전개).
모두 요즘 인기 있는 웹툰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이처럼 도파민 범벅인 요즘 웹툰들을 보다가 좀 물리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는지.
때로는 고루해 보여도 결점이 많던 주인공이 점차 올바른 가치관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포크&나이프'는 바로 그런 독자들을 위한 웹툰이다.
웹툰 '포크&나이프' |
웹툰 '포크&나이프'는 엘핀족과 볼크족, 인간 등 세 종족이 서로를 혐오하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는 알비니아 대륙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인간 리토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오랜 세월 치열하게 싸우는 세 종족의 가장 큰 차이점은 피부색이다. 엘핀족은 파란 피부를, 볼크족은 초록 피부를, 인간은 노란 피부를 갖고 있다.
그리고 엘핀족이 세운 왕국에서 피부색은 계급이자 낙인이다.
노란 피부는 노예, 초록 피부는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하인이며 푸른 피부의 엘핀만이 지배층으로 대우받는다.
가족들이 몰살당하고 엘핀 왕국에 인간 노예로 끌려온 주인공 리토는 왕자 로메르의 눈을 포크로 찌르고 도망친다.
도주하다가 거대한 윙크 거미에게 물린 뒤 기이한 신체 능력을 얻고, 엘핀족 영웅이자 최강의 기사 카인의 눈에 들어 원치 않는 동행을 하게 된다.
리토의 별칭은 포크다. 거미에게 물린 뒤 리토의 오른팔이 포크로 변이했기 때문이다. 또, 카인은 전장에서 칼로 적들을 썰고 다녔다는 이유로 나이프 기사라고 불린다.
제목 '포크&나이프'는 작중 핵심 인물인 리토와 카인을 이르는 말인 셈이다.
리토는 카인에게 충성할 생각이 없고, 카인도 리토를 썩 아끼지는 않지만, 당장 적을 맞닥뜨리면 짝을 이뤄 싸우는 세트 같은 사이다.
둘은 종족부터 체급, 지향점까지 모든 것이 다르지만 중요한 순간에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한다.
웹툰 '포크&나이프' 속 등장인물 카인 |
아직 50화 남짓 연재됐지만 메시지는 선명하다.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적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주인공 리토는 작 초반까지만 해도 자기 부모를 죽인 엘핀족과 볼크족을 무조건 혐오하고 주저 없이 살해해왔다.
인간과 볼크 혼혈을 죽이고는 죄책감에 휩싸였다가도 '따지고 보면 인간도 아니다'라며 정당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기 동생을 볼크족이 구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인간들이 어떤 때는 더 잔인하게 타 종족을 이용하는 것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작중 특수 능력인 식스센스도 주제를 더욱 뚜렷하게 드러낸다.
식스센스는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인데, 이를 깨우치면 모든 것이 회색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과 볼크, 엘핀의 피부색은 모두 똑같아 보인다.
이처럼 소년만화 스타일의 건전한 주제 의식을 내세운 '포크&나이프'는 패스트푸드 같은 요즘 웹툰과 비교하면 좀 더 전통과 격식을 갖춘 정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교과서 같은 훈계조로 이야기를 지루하게 풀어가지는 않는다.
종족이나 피부색으로 차별하지는 않지만, 강함을 추구하기 위해 잔혹한 악마가 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카인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등장인물과 가문, 지명 등에 레스토랑과 관련한 단어를 잔뜩 넣은 것도 소소한 웃음 포인트다.
카인은 엘핀족 레스토랑 13명의 기사 중 하나로 꼽히는데, 나머지 기사들의 경우 스푼, 미트해머, 내프킨 등 모두 레스토랑 테이블에 오를 법한 이름을 갖고 있다.
또 배경이 되는 알비니아 대륙은 티본스테이크 형태를 띠고 있다. 서쪽에는 브루쿨리 숲이라는 녹지가 존재하는데 이 역시 브로콜리 수프를 연상케 하는 발음이다.
너무 가볍지는 않지만, 특유의 유머 포인트를 잃지 않는 균형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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