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 활동을 한다며 부산광역시가 쓴 예산 330억 원의 집행 내역을 뉴스타파가 검증한 결과, 해외보다 국내 홍보에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포 개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표권이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홍보 전략을 세웠어야 하는데도, 정작 부산시는 국내 홍보에 더 열을 올린 것이다.
부산시는 또 엑스포 유치의 가장 중요한 활동의 하나인 해외 홍보에 배정된 예산에 대해서는 “외교 관계”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구체적 사용처의 공개를 거부했다.
뉴스타파, 부산시 엑스포 홍보·유치 예산 330억 전수 검증
지난해 윤석열 정부와 부산시가 추진했던 부산 엑스포 유치전은 참패로 끝났다. 지난해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배정된 정부 예산은 3,200억 원에 이르지만, 정부는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우선, 개최 후보 도시 당사자인 부산시가 홍보·유치비 명목으로 330억 원을 쓰고 남긴 1,261건의 예산 지출 기록을 모두 확보해 예산 검증에 나섰다.
지난해 부산시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배정한 예산은 약 330억 원이다. 이 중 300억 원가량이 ‘유치·홍보비’ 명목으로 쓰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종합홍보용역비로 105억 원, 해외유치 홍보활동 종합용역비로 76억 원이 집행됐다. 181억 원에 이르는 두 용역 모두 롯데 계열사인 대홍기획이 따냈다.
181억 원의 종합용역비 외에 나머지 118억 원의 홍보 유치비를 1차로 분석했다. 그 결과, 해외보다 국내 홍보 비용을 더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MBN, TV조선 등 국내 매체에 들어간 홍보비가 43억 5천만 원. 반면, BBC, CNN 등 해외 매체에 들어간 홍보비는 27억 7천만 원이었다. 또한 지하철, 택시 등 국내 광고물에는 26억 8천만 원, 해외 광고물은 그보다 6억 원이 적은 20억 8천만 원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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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개최지 선정은 BIE, 즉 국제박람회기구에 속한 17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따라서 개최지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실제 투표권이 있는 국가의 표심을 움직이는 홍보 전략을 짜고 예산 집행도 여기에 맞춰야 했지만, 부산시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단일 홍보 예산 집행액으로 가장 많은 10억 원의 세금이 들어간 티브이엔(tvN)의 예능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한국말로 제작되고, 한국인 시청자를 겨냥한 이 예능 프로그램이 실제 투표권이 있는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 티브이엔(tvn)의 예능 프로그램을 포함해 국내 언론과 광고에 쓴 70억 원대 홍보비는 결국, 실제 투표권이 있는 국가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 채, 국내 방송·신문사만 배불리는 꼴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형준 시장님의 ‘종편 사랑’...MBN, 채널A, TV조선에 8억 원 이상
국내 언론사별 지원받은 엑스포 홍보 예산은 얼마나 될까. 종편채널이 눈에 뛴다.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비 명목으로 MBN, 채널A, TV조선 등 종편채널에 지원된 세금은 8억 원이 넘는다.
MBN은 지난해 3월 <2030월드엑스포 대한민국의 미래를 찾다>라는 제목으로 47분 남짓한 방송 한 편을 만들었는데, 부산시로부터 제작비와 송출료 등으로 세금 2억 5천만 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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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세금을 들여 만든 종편 방송의 내용은 어땠을까? 결과론이지만, 오보에 가까운 엉터리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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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마치 부산이 유치가 될 것처럼, 또는 박빙인 것처럼 오보에 가까운 왜곡된 보도들이 나왔단 말이에요. 거기에 앞장선 언론이 TV조선, 채널A 등 종편이었어요. 지금 와서 보니 이런 광고비를 받고 그렇게 오보에 가까운 편향된 보도를 한 게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들죠.최종 투표 한 달 전에도 11억 넘는 세금 국내 언론사에 몰아줘
-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부산시는 최종 투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부산시는 국내 언론에 홍보를 치중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개최지 투표를 직전에 둔 지난해 11월 한 달간, 부산시가 국내 언론에 지출한 광고비는 10억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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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는 해외에 어떠한 사업이든, 마케팅이든 이런 부분들이 조금 더 집중이 됐었어야 되는데 유치 활동이 끝나가는, 그 말미까지도 국내 언론에 예산이 자꾸 배정이 되잖아요. 이런 예산이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투표) 결과에 큰 도움이 되는 전략적인 예산 집행이 맞았나? 결론이 119대 29로 나왔으니까, 그 전략이 실패했다고 보여지는 거거든요.유튜브 채널에도 건당 수천만 원 펑펑… 검수는 제대로 했나?
- - 반선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의원
부산시는 빅인플루언서들이 만든 각종 유튜브 채널에도 엑스포 홍보비를 줬다. 모두 여섯 개 유튜브 채널이 부산시로부터 받은 세금은 3억 5천만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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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가고 석 달 가까이 지나고, ‘THE윌벤쇼’라는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도 부산 엑스포 홍보 영상이 올라왔다. 이 채널은 꽉잡아윤기의 영상처럼, ‘그린클 챌린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 7분짜리 영상에도 세금 4,200여 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더윌벤쇼’의 영상이 업로드된 시점은 지난해 7월 7일인데, 문제는 서울과 부산에 설치돼 있던 ‘그린클 챌린지 부스’가 영상을 올리기 9일 전인 6월 26일부로 이미 철거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결국, 그린클챌린지를 소개하면서 엑스포를 홍보하겠다며 수천만 원의 세금이 들어간 엑스포 홍보영상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THE윌벤쇼’가 만든 홍보 영상에는 다른 영상과 달리 부산시로부터 세금을 지원받았다는 고지도 없다. 부산시가 엑스포 홍보 예산을 집행하면서 그 결과물을 제대로 검수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부산시, “국민들의 유치 지지 높이기 위한 국내 홍보 필수적”이라고 답변
부산시는 뉴스타파에 보낸 서면 답변을 통해 “엑스포 유치 지지를 높이기 위한 국내 홍보는 필수적”이라면서 “부산시에서 국내 홍보의 많은 부분을 담당했고, 정부 유치위원회가 회원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홍보를 주로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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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투표 한 달 앞두고 집중된 홍보비에 대해 부산시는 “유치 의지 결집을 위한 대국민 홍보가 필수적”이었다며 “각계의 관심을 지속시키고, 유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한 홍보 방안”이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시가 제작을 지원했다는 문구는 없었다”며 일부 유튜브 영상에 세금 지원을 밝히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검수 책임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면 ‘복기’는 필수… 부산시는 해외 홍보 예산의 공개 거부
뉴스타파가 부산 엑스포 유치 예산 검증에 나선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예산 사용의 적정성 검토는 물론 엑스포 유치 전략 전반에 대한 ‘반성적 복기’는 필수다.
이번 기회라도 부산 엑스포 유치 관련한 홍보비가 언론에 어떻게 집행이 되고 그 부당한 집행이 언론의 편향 보도와 왜곡 보도 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제대로 짚어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이러한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의 망신을 당하지 않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그러나 부산시는 지난해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의 하나인, '해외 유치 홍보 활동'의 구체적 내역에 대해서는 “외교 활동 관련 상대국의 비공개 관례 등 국제적 신뢰 관계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부산시 엑스포 예산 검증 보도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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