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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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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손아섭, 안타 2505개 KBO 신기록… 박용택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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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기계’ 손아섭(36·NC 다이노스)이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역사에 새로운 대기록을 작성했다. 20일 손아섭은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 6회 세번째 타석에서 투수 라울 알칸타라의 공을 받아치며 안타를 만들어 냈다. 손아섭의 개인 통산 2505번째 안타였다.

1회에 땅볼로 아웃, 3회 두번째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손아섭은 6회초 세번째 타석에서 드디어 터졌다. 이로써 손아섭은 박용택이 2020년에 달성한 2504안타를 넘어 KBO 역대 개인 통산 최다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은사와 선후배, 동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유지한 특유의 프로 정신으로 매 시즌 활약한 손아섭은 마침내 이날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기록을 세운 것이다.

2023시즌까지 통산 2416개 안타를 치며 ‘안타 머신’의 명성을 쌓아온 손아섭에게 올 시즌 대기록 달성은 사실상 시간 문제였다. 2007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하면서 프로무대에 들어선지 어느덧 18년이 됐지만, 손아섭은 여전히 KBO 리그 최상위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조선일보

20일 잠실에서 통산 2505번째 안타를 날려 KBO리그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운 손아섭이 박용택 해설위원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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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손아섭에게 KBO 역대 최다 안타 신기록을 내준 박용택 KBS N 해설위원은 “제 기록을 넘어선 것에 아무런 섭섭함이나 그런 게 전혀 없다. 손아섭이라는 대단한 타자가 제 기록을 깨준 것이 고맙고, 정말 대단한 일이고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박 위원은 “저도 경험해봤지만 KBO 역대 최다 안타는 1년 바짝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기에 손아섭이 얼마나 꾸준히, 치열하게 노력했는지를 증명해주는 기록”이라며 “선수시절 지켜본 손아섭은 정말 한 타석 한 타석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타자”라고 말했다.

롯데 시절 손아섭의 은사이자 고교 선배이기도 한 양상문 SPOTV해설위원은 “보통 뛰어난 야구 선수를 두고 DNA라느니, 천재적 소질을 거론하는데 내가 아는 손아섭은 그야말로 노력으로 만들어진 선수”라며 “그간 손아섭이 해온 노력은 뭐라 형언할 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사실 대단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된다”고 했다.

2007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 유니폼을 입은 손아섭은 그 해 4월 7일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르면서 첫 안타로 2루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그 해 4경기 출장에 그쳤고 그 시즌 안타는 첫 2루타가 전부였다. 2008년부터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만나 한껏 상승세를 탔지만, 정작 손아섭은 1군에 자리잡지 못해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당시 롯데 2군 감독이었던 양상문 위원은 “2군에서 손아섭이 티배팅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였다”며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고 싶다는 승부욕과 근성이 남달랐고, 그것을 꾸준히 이어온 게 지금의 손아섭”이라고 말했다.

2군에서 묵묵히 실력을 쌓은 손아섭은 2010시즌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롯데의 주전 타자로 발돋움해 그 해 121경기에 나서 422타수 129안타(타율 0.306)로 활약했다. 그 해부터 매년 세자릿수 안타, 2012년부터는 매 시즌 150안타 이상을 쳐내는 ‘안타 머신’이 됐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3시즌 동안 2014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서 150안타 이상을 쳤다.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4년간 연평균 166안타, 지금처럼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8년간 연평균 172안타를 쳤다. 2010년부터 시즌 타율이 3할 아래로 내려간 건 2019년(0.295), 2022년(0.277) 단 두 시즌 뿐이다.

손아섭은 KBO리그 안타 관련 기록도 속속들이 경신했다. 2015년 넥센(키움 전신)을 상대로 1000안타를 달성했고 2018년 삼성전에서 1500안타, 2021년 삼성전에서 역대 최연소, 최소 경기 기록으로 2000안타를 달성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최다인 ‘8년 연속 150안타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최다 안타 타이틀도 네 차례 차지하며 명실상부 KBO 최고의 타자 중 하나 꼽힌다. 2012년 158안타를 때린 것을 비롯해 2013년(172안타)과 2017년(193안타), 2023년(187안타)에 최다 안타 1위를 꿰찼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도 6차례나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시즌 타율 0.339로 타격왕 자리까지 차지했다.

손아섭의 이런 화려한 기록 뒤에는 야구를 잘하기 위한 끊임 없는 자기관리가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훈련과 휴식을 갖고, 항상 최적의 몸관리를 유지하기 위해 식단 관리는 물론, 술과 담배를 멀리 하고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강인권 NC 감독은 “개인의 노력 없이는 이런 기록을 세우기 힘들다. 자기관리와 경기에 대한 집중력 모든 게 어우러지며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큰 부상 없이 꾸준함의 대명사로 더 많은 기록을 세우길 바란다”고 했다.

꾸준함을 유지했지만 고비가 없진 않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새 해마다 안타가 20개씩 줄어 ‘에이징 커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생겨났다. 하지만 손아섭은 2023년 187안타에 안타왕과 타격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등 화려하게 부활했고, 올해에도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계에서는 “손아섭이라면 KBO 최초의 3000안타라는 대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메이저리그에서도 3000안타 기록은 단 33명만 보유하고 있다. 역대 한국인 야구선수 중 프로야구에서 3000안타를 넘긴 타자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장훈(84·3085안타)이 유일하다.

손아섭이 지금 페이스로 3시즌 정도 더 활약한다면 3000안타 달성이 결코 먼 꿈이 아니다. 36세인 손아섭은 종전 기록보유자였던 박용택보다 5년 가량 빠른 페이스로 2504안타를 달성했다. 박용택 위원은 “저도 현역시절에 3000안타를 꼭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며 “손아섭이 지금처럼 몸 관리를 잘해서 3000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걸 꼭 보고싶다”고 말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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