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15 (월)

러시아 진영으로 들어간 北..."예상보다 강한 수준의 군사협력"[북러정상회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러시아·북한 전문가 진단]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레드라인' 넘지는 않아…푸틴 '전략적 모호성'
'한반도 통일' 삭제에 대북제재 무력화까지
한국일보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평양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정상회담을 통해 내놓은 결과물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었다. '유사시 상호 지원' 조항에 양국 군사기술 협력 조항까지 더해지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경우에 따라 동맹에 가까운 군사협력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예상한 것보다 강한 수준의 군사협력"이라면서도 "우리에게 러시아와의 외교적 공간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고 평가했다.

북러 군사협력, 실질적 진전 이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여부였다. 대러·대북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이 가능성 자체를 낮게 봤다. 러시아가 굳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면서까지 '왕따'의 길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날 협정에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사시 상호 지원'을 명시하는 것으로, 군사동맹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준동맹 수준의 상호 지원은 가능하도록 뜻을 모았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합의문이 나왔다"며 "북한 지원병의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까지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군사협력은 아니지만, 현재 북러 군사협력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 교수는 북한과 러시아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과물로 해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끌어들여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같은 유라시아 안보협력기구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아시아태평양파트너AP4'에 대적하는 전선을 구축한 것"이라며 "또한 북한은 든든한 '뒷배'로서 러시아의 안보 협력을 공인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역시 제 교수의 평가에 공감했다. 그는 "북한은 한미일 대북압박에 대해서 러시아라는 열린 창을 통해 대항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게 됐다"며 "러시아도 북한을 이용해 한미·한미일 협력을 압박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사실상 상호 체제 보장을 합의한 것으로 군사협력을 제도화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자동적 군사개입은 아니고 상호 지원이기 때문에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천지 차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평화통일' 문구 빠졌다…북핵문제 해결 더욱 난망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으로 북한이 사실상 핵·미사일 개발을 용인받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러시아는 사실상 핵을 쥔 북한을 자국 주도의 안보전선에 편입하면서 최근 미국 주도로 확장하고 있는 소·다자협의체에 견제구를 날렸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한반도의 비핵화 및 평화체제는 남북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진영과 관계없이 협력하는 안보의제였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핵비확산(NPT)체제를 이끄는 핵심국가들로서 비핵화에 대놓고 반대 입장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과 러시아는 2000 '우호 친선 및 협력 조약' 제4조가 언급한 군비 축소와 한반도 통일 등의 문구를 새 협정에서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군사기술 협력 진전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거나 "미국 주도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묵인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두진호 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암묵적인 핵 용인으로 가고 있는 분위기"라고 해석했으며,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일 안보협력이 나토와 연계되는 데에 견제구를 던졌다"고 지적했다.

"한러관계, 외교적 공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같은 북러 밀착에 가능한 대응으로 전문가들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고위급 러시아 파견을 통한 한러 소통 △중국의 관여 유도 등을 꼽았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이번 협정으로 북중러 삼국 연대의 균열 가능성은 오히려 커졌다며 "한국은 북러 군사협력의 강화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3국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1.5트랙(반민반관) 대화를 중심으로 대화 접점을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엄 교수는 "러시아와의 외교적 공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면서 "한국이 설정한 북러 군사기술협력의 '레드라인'을 인식시키고, 비핵화 문제를 주제로 한 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북러 밀착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는 중국을 이참에 적극 이용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며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통된 이해관계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