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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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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전 식당서 창업 엔비디아, AI열풍 2년만에 ‘증시 제왕’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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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에 美 이민 ‘대만출신’ 젠슨 황… “AI전쟁서 유일한 무기상” 평가

챗GPT 등장으로 AI시대 도래… AI칩 판매 힘입어 시총 3조달러

MS-애플 단숨에 제치고 세계 1위

동아일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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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식당 ‘데니스’. 서른 살 반도체 엔지니어 젠슨 황은 또 다른 엔지니어 크리스 맬러카우스키, 커티스 프림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컴퓨터에서 어떻게 3차원(3D) 그래픽 게임을 구현할 것인가.”

두 아이의 아빠였던 황은 곧 컴퓨터 게임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봤다. 실감나는 게임을 만들어줄 화려한 그래픽이 가능하도록 빠른 연산에 특화된 칩, 훗날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름 지은 ‘꿈의 칩’을 만들기 위해 이들은 식당 구석에 회사를 차렸다. ‘부럽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나온 엔비디아의 시작이었다.

31년 뒤인 1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3조3350억 달러까지 뛰면서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 달러)와 애플(3조2859억 달러)을 단숨에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 오픈AI 창업 전부터 “AI 온다”

대만에서 태어나 아홉 살에 부모 없이 미국에 살던 삼촌 집으로 이민 ‘보내진’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데니스에서 창업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15세 때 데니스에서 설거지와 서빙 ‘알바’를 해 익숙했고, 리필되는 커피가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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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민자였던 황 CEO는 이제 포브스 집계 기준 순 자산이 약 1170억 달러(약 161조6000억 원)로 세계 부자 순위 11위가 됐다. 1년 만에 주가가 세 배 뛰었고, 2년 전 시총 4000억 달러 안팎에서 3조 달러 이상으로 10배 가까이 뛴 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증시 역사상 가장 빠른 부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의 부상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으로 ‘AI 시대’가 도래한 덕이다. 구글, MS,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수조 원대 AI 개발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AI 칩을 마구 사들이니 매출과 이익이 급등하고 있다. AI 가속기로 불리는 특화 칩 시장을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마진율)은 78% 수준이다.

역으로 엔비디아 덕분에 챗GPT 등장이 가능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 고위 관계자는 “2018년 GPT 모델이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황은 AI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993년 ‘데니스 결의’ 이후 GPU 시장을 석권한 황은 2000년대 중반 대학원생들이 엔비디아의 GPU를 연결해 컴퓨팅 성능을 높이는 것을 보고 슈퍼컴퓨팅의 미래를 봤다고 한다. 엔비디아 칩으로 슈퍼컴퓨팅을 가능케 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쿠다’를 2007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월가는 ‘돈 되는 게임용 칩만 만들지’였다. 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쿠다 출시 이후 2008년 말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70%나 하락할 정도였다.

● “AI 전쟁의 유일한 무기 거래상”

황 CEO의 비전은 결국 AI 학계 천재들과 만나 빚을 발했다. 2012년 딥러닝의 대부 제프리 힌턴 교수와 그의 제자이자 오픈AI 수석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키버가 엔비디아 칩을 이용해 딥러닝의 가능성을 세상에 내보인 것이다. 학계에서도 소수 괴짜 취급을 받던 AI가 실리콘 밸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던 순간이었다. 이후 2015년 오픈AI가 창업됐고 2023년에는 챗GPT 열풍이 불며 엔비디아를 시총 3조 달러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뉴요커는 “AI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유일한 무기 거래상”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앞서 컴퓨터 게임의 미래를 내다보고, 여기서 번 돈으로 AI 시대를 앞당긴 배경에는 황 CEO의 리더십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개방적이고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로 특히 유명하다. 올해 3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행사 현장에서 만난 한 엔비디아 관계자는 “회사에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젠슨 황이 찾아와 질문 폭탄을 던져 괴롭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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