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종 김지훈 수석전문위원, 사영준 서강대학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황용석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이 19일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은?'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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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재추진 의사를 밝힌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야당까지 다시 플랫폼 규제 잣대를 꺼내들었다. 미국, 일본, 중국, 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 패권 경쟁 속에서 자국 플랫폼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보호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만 플랫폼을 이중으로 옥죄는 플랫폼 규제 입법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플랫폼법이 통과될 경우 대형 플랫폼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해당 법이 오히려 이들 기업의 성장을 막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디지털경제연합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개최한 '디지털 패권 경쟁 속 바람직한 플랫폼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플랫폼법은 거대 플랫폼을 규제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겠다는 것인데 저희(스타트업)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며 “플랫폼법이 네이버 카카오만 규제할 것 같지 않다. 매출액 5000만 원만 넘으면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래에 플랫폼에 투자하지 말라는 벤처캐피털이 늘어나고 있다. 네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데 IPO를 더 까다롭게 보고 있고 네카오가 (스타트업을) 안 사고 있는 현실”이라며 “오히려 시장에 스타트업은 더는 성장하기 어렵다는 시그널을 주어 투자와 창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22대 국회에서도 플랫폼법이 재등장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 방향이 업계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지훈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법안의 내용을 떠나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정부가 ‘플랫폼 자율 규제’를 키워도 던졌는데 공정위가 플랫폼법을 꺼내 들었다. 자율규제를 포기하는 것인지 정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상당한데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규제법으로도 충분히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위원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법이 공정거래법이다. 그만큼 파워풀한 법”이라면서 “공정거래법의 힘은 규정 곳곳에 숨겨진 포괄적인 재량이 있다는 점이다. 곳곳에 재량이 어마어마하게 있는 법으로 각 구성 요건에 대해 엄청난 해석과 판례가 있고 행정처분의 재량은 어마어마하게 넓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사례를 보더라도 현재의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쿠팡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업계 최대 규모인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플랫폼법을 제정할 때 시장 보호 측면뿐만 아니라 자국 플랫폼 육성 차원에서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대호 성균관대학교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사전지정 방식의 플랫폼 규제는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플랫폼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생성형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보유한 거대 플랫폼에 의해 발전할 수 있는 것 등을 고려했을 때, 플랫폼이 거대해진다고 무조건 시장이 실패할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규제 방향은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우리나라 시장은 규모가 작아서 해외 사업자에 매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국 플랫폼이 해외에 나가서 잘할 수 있도록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규제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투데이/김나리 기자 (nari34@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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