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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9 (금)

[기자수첩]'세기의 이혼' 논란 자초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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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법원에서 판결한 지 3주가 지났는데 사건의 공방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이야기다. 매일 나오는 양쪽 입장문을 접하다 보면 마치 법정에 앉아 재판을 방청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여기에 재판부까지 해명에 나서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공방의 시작은 지난 17일 SK그룹이 진행한 기자회견이었다. 최 회장 측은 "객관적이고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했다"며 재판부가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를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정정하면 최 회장이 그룹 총수로 지낸 1998년부터 2009년까지 SK 주식 가치는 355배가 아닌 35.6배 증가한 셈이 된다.

최 회장 입장에선 ‘치명적’이라고 표현할 만한 오류다. 항소심에서 1조3808억원이라는 재산 분할이 나온 배경에는 최 회장의 주식 가치 기여도가 최종현 선대회장 기여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한다는 재판부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판결경정(판결문에서의 잘못된 계산이나 표현상의 오류를 수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재산 분할 기준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게 최 회장 측 주장이다.

그런데 이후 재판부 대응은 다소 뜻밖이었다. 일단 최 회장 측이 제기한 오류에 대해 바로 판결경정 결정을 내리고 판결문을 수정했다. 그리고는 이들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설명자료를 냈다. 법원이 판결경정에 대한 설명자료를 따로 배포하는 일도 상당히 이례적이었지만, 그 내용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더욱 주목받았다.

재판부는 당초 판결 과정에서 최 회장의 기여 기간을 2009년까지로 설정했다. 그러나 설명자료에서는 2024년 4월로 기간을 늘려 잡았다. 최 회장의 주식 성장 기여분을 따지려면 최 회장이 경영 활동을 하는 동안 주식 가치는 35.6배(1000원→3만5650원)가 아닌 160배(1000원→16만원) 증가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문과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최 회장 측은 "160배 증가했다는 논리를 견지하기 위해 판결문에서의 비교 기간도 2024년까지 늘리도록 추가 결정을 할 것인지 해명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이 쏠린 재판 판결문에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키운 건 재판부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항소심 판결이 다소 편파적이라는 목소리도 있었기에 이번 오류는 더 뼈아프다. 한쪽 주장에 대해서만 유독 치밀한 판결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 회장은 상고를 선택할 것이다. 최종 판단은 대법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1조3808억원이 걸려 있는 재판이다. 경우에 따라선 SK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최종심인 만큼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르게 된다. ‘매사 신중해야 한다’는 표현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상황이 됐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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