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레바논 작전계획 승인…'전면전 준비하나' 살얼음판
"헤즈볼라, 미사일만 15만발"…바이든, 확전 막으려 특사 파견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전쟁 계획을 공개적으로 거론함에 따라 중동 내 긴장이 한층 더 격화했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에서 교전하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보다 전력이 훨씬 강한 만큼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양측에 참담한 결과가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북부 사령관인 오리 고딘 소장과 작전참모인 오데드 바시우크 소장이 전황 평가 회의를 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공격 계획 승인은 최근 헤즈볼라의 대이스라엘 무력 공세가 한층 격화한 가운데 이뤄져 본격적인 전면전을 위한 조치일 가능성 때문에 큰 우려를 산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 교전을 벌여왔다.
그간 이 교전으로 헤즈볼라 대원 300여명과 레바논 민간인 80여명, 이스라엘 군인 19명과 이스라엘 민간인 8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고위급 헤즈볼라 지휘관 탈레브 사미 압둘라가 숨지면서 한층 격화했다.
헤즈볼라는 12일 열린 압둘라의 장례식에서 보복을 다짐한 뒤 13일까지 이틀에 걸쳐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과 드론 공격을 무더기로 퍼부었다.
국제사회는 교전이 이런 수준으로 격화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상대 행보에 대한 오판 때문에 대규모 확전을 촉발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전면전이라도 발생한다면 헤즈볼라의 전투력을 고려할 때 이스라엘과 레바논에 모두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정치 조직이며, 레바논 정규군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보유한다.
1980년대 초중반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 저항하자는 취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됐으며 1980~1990년대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활동을 해왔고, 내전이 끝난 이후에는 권력분점에 합의한 주요 정파 가운데 하나로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스라엘 타도' 외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헤즈볼라는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현재 가자지구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는 하마스보다 훨씬 세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도로 훈련된 정예병, 이스라엘 내부를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유도 미사일, 이스라엘 방공망을 약화할 수 있는 대량의 공습 수단을 보유한다는 게 그 이유다.
정확한 병력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바이에 본부를 둔 걸프연구소는 헤즈볼라가 1천명의 정규 대원과 6천∼1만명의 자원병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추정했다.
헤즈볼라 전문가로 알려진 니컬러스 블랜퍼드는 현역과 예비군을 포함한 헤즈볼라의 병력 규모를 6만명으로, 보유 중인 미사일을 15만발가량으로 추산한 바 있다.
NYT는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 전면전 때보다 더 강력하게 무장하고 있다는 전문가 평가를 전했다.
이스라엘 예비역 준장 슐로모 브롬은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 헤즈볼라의 무기고, 특히 엄청난 수의 무인기(드론)가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으며 헤즈볼라 대원들은 시리아 내전에서의 경험으로 전투에 단련돼 있다고 말했다.
브롬은 "전면전에서는 이스라엘 국경지대와 더 내부에서 더 심한 파괴가 발생할 것"이라며 헤즈볼라가 근거지에서 "이스라엘의 어느 곳이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가 베이루트 남부를 공격하는 것처럼 민간인을 겨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헤즈볼라 입장에서도 확전은 대가가 클 것으로 관측된다.
레바논 경제는 오랜 경기침체로 파탄에 이르렀고 레바논인들은 이스라엘과 전면전이 2006년처럼 재발하기를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가자전쟁이 중동으로 확대될 우려가 커짐에 따라 초조한 모습이 역력하다.
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점차 심해지자 특사인 에이머스 호크스타인을 레바논으로 보내 외교적 해결책을 촉구했다.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방문한 호크스타인 특사는 이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충분히 오래 지속됐다"며 "이 갈등을 외교적으로 조속히 푸는 것이 모두의 이해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호크스타인 특사는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지도자들과는 만나지 않고, 헤즈볼라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인 레바논 정부 인사들과만 만날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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