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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주주 권리 정상화 때마다 재계 "줄소송 우려"…이번에도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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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제 시행에 재계 "소송 남발 우려"…20년간 소 제기 단 12건

다중대표소송제, '3%룰' 시행 때도 "경영권 흔들려" 주장, 영향 미미

편집자 주
최근 재계의 최대 이슈는 상법 개정이다. 정부는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본시장에서 요구해 온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재계는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상법 개정의 배경과 영향을 조명한다.
노컷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상법 개정 등 관련 브리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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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주주 권리 정상화 시도때마다 재계 "줄소송 우려"…이번에도 판박이
(계속)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계가 경영활동을 위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앞서 재계가 '줄소송에 따른 경영 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던 제도 중 시행 이후 재계의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된 사례는 미미하고, 오히려 재계의 반대로 제도의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재계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이사 주주충실 의무 생기면 기업 경영 부정적 영향"


18일 관련업계에 기업 이사(사내·사외이사 포함)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를 넘어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 움직임에 대해 재계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이런 법 개정이 국내 상장사들의 M&A 추진 등 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하며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코스피 75개사·코스닥 78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대한상의는 "제도가 도입되면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61.3%에 달했다"고 전하며 "현재 형법상 배임죄 등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가중되면 장기적 관점의 모험투자 등을 꺼리게 돼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권재열 교수에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회사 외에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해외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고, 주식회사의 기본원리인 자본 다수결 원칙 및 회사와 이사 간 위임관계 훼손 등 우리낭라 회사법의 근건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가 다양한 주주로부터 충실의무 불이행을 빌미로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게 되고 회사는 이에 대비해 임원배상책임보험을 들어야 한다"며 "이런 비용은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법 개정 때마다 '줄소송 우려'한 재계, 결과 보니


재계의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다. 20년 전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가 만들어질 당시 재계는 '남소(濫訴·함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따른 기업활동 부담'을 근거로 강하게 반발했다.

이런 재계의 입장이 반영되면서 '3단계'(소송허가절차→본안소송절차→분배절차)와 집단소송 로펌의 자격(피해자 측 로펌, 집단소송 3년간 3건 이내 진행) 등이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지난 2005년 어렵게 법이 시행됐지만 법 시행 20년째 임에도 집단소송 제기 건수는 단 12건에 불과하다.

다중대표소송제, '3%룰' 등 재계가 강하게 주장한 우려 역시 '줄소송에 따른 경영위축'이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제도이고, 3%룰은 감사·감사위원 선임 등에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법이다. 두 제도 모두 이사회가 이른바 '오너일가'로 불리는 지배주주(대주주)의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됐다.

이런 움직임에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해외 헤지펀드가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이후 이런 제도로 경영권 공격 등이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와이즈포레스트 대표인 천준범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는 "주주 권익 정상화 시도때마다 재계가 앞세운 구호가 '남소 우려'였지만 줄소송이 현실화 되었나"고 반문하며 "이사가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충족하면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더라도 책임을 면책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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