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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재판부 "중간계산 틀렸지만 답은 맞아"…최태원측 "납득 안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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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25배 대 35배 아닌 125배 대 160배…최 회장 기여가 더 크다" 고수

최 회장측 "崔 기여기간 늘려 160배로 판단…판결 영향 없나 의문"

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에 참석해 상고이유에 대해 밝힌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4.6.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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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판결문 오류를 두고 항소심 재판부와 최 회장 측이 장외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최종적인 재산 분할 비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치명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판결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을 고집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18일 설명자료를 내고 "원고 부친(최종현 선대 회장)에서 원고(최태원 회장)로 이어지는 경영활동에 관해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한 계산 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은 구체적인 재산 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판결 이유에 나타난 잘못된 계산 오류 및 기재 등에 대해서만 판결 경정으로 사후적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 회장 측은 전날 항소심 관련 기자 설명회를 열고 항소심 재판부가 재산분할 핵심인 SK C&C 주식 가치 상승 과정을 잘못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선대 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 5월 1주당 5만 원이었던 대한텔레콤(SK C&C 전신) 주가가 추후 단행된 50대1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주당 1000원으로 계산돼야 하는데 100원으로 책정됐다는 것이다.

당초 판결문엔 1994년 11월 최 회장이 취득할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 선대 회장 별세 무렵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1994년부터 1998년 최 선대 회장 별세까지와, 별세 이후부터 2009년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며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최 회장 측은 이로 인해 노 관장이 부부로서 재산 축적에 함께 기여한 기간(최 회장 기여 부분) 동안의 주식 가치 상승분이 10배 정도 과다 책정됐다고 강조했다. 2009년 주가와 1998년을 비교하면 약 35.5배 뛰었는데 355배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반면 노 관장이 기여하지 않은 기간(최 선대 회장 기여 부분) 동안의 가치 상승분은 125배에서 12.5배로 축소됐다는 게 최 회장 측 입장이다.

또한 1998년 이전에는 최 선대 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었던 만큼 노 관장의 기여도가 없다고도 최 회장 측은 주장했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무형적인 기여를 했다는 재판부 판단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전날 경정을 통해 100원을 기준으로 했던 계산을 1000원으로 수정했지만 판결 결과는 그대로 유지했으며 이날 최 회장 측 주장을 모두 정면 반박했다. 서울고법은 "2009년 11월의 3만 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일 뿐이고 최종적인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며 항소심 변론 종결 시점인 올해 4월 16일 가치인 16만원이 기준가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SK가 주장하는 35.5배가 아닌 160배가 맞는다고도 부연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 부친은 피고 부친(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를 SK그룹을 경영하는 데 있어 일종의 보호막으로 인식한 다음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경영활동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며 "피고(노 관장) 측이 SK 그룹 성장에 무형적 기여를 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재판부 설명이 나온 이후 입장문을 내고 재판부 입장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식 가치 계산이 잘못됐던 점을 집중해서 따졌다.

최 회장 측은 "(경정 후) 판결문은 선대 회장의 기여 기간에 (주가가) 125배 상승, 최 회장 기여 기간에 35.6배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으나 이번 언론 설명자료에서는 최 회장의 기여 기간을 2024년까지 26년으로 늘리면서 160배가 증가한 것으로 기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런 논리를 견지하려면 판결문도 2024년까지로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할 것인지 궁금하고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오류 전 12.5 대 355를 기초로 판단했던 것을 125 대 160으로 변경했음에도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즉 재판부가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기여분을 '125배 대 35배'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이것이 최 회장 경영 시기의 주식 가치 증가가 컸음을 강조한 판결 내용과 배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여 기간을 억지로 늘려 '125배 대 160배'라는 새로운 비교를 제기한 게 아니냐는 게 최 회장 측의 의심이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SK 주식 가치 증가에 크게 기여하기 어려운 '승계상속형' 사업가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최 회장이 SK그룹을 경영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에도 그룹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을 들어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대회장 시기와 최 회장 시기의 주식 가치 증가분이 '125배 대 35.6배'로 수정되면서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증가 기여가 선대회장 시기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실제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최 회장 시기 주식 가치 증가를 '160배'로 새로 제시하면서 "160이 125보다 크기 때문에, (최종현 선대회장 경우에 비해) 원고의 경영활동에 의한 기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관계는 2019년 파탄이 났다고 한 바 있는데 2024년까지로 연장해 기여도를 (160배로)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1700만 원과 20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이 재산 분할로 665억 원, 위자료로 1억원을 인정한 금액 대비 20배 수준이다.

1096pag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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