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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극우-극좌 포퓰리즘 남발에 … 佛 CEO들 "사업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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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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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택한 프랑스가 극심한 좌우 분열로 위기를 맞고 있다. 좌파와 극우파가 경쟁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면서 정부 재정에 압박을 주고 있고, 꼭 필요한 혁신 입법과 경제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정치 불안이 가중되자 유럽 1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던 프랑스 증시는 일주일 새 6% 이상 폭락하며 2580억달러(약 356조원)가 증발했고 영국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의회에 계류돼 있던 혁신 법안들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 총선 급브레이크'가 자충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극우 정권과 연대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극우파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지지율 1위를 달리자, 급진적인 경제 정책을 우려해 사전 접촉에 나선 것이다. FT는 프랑스 기업들이 극우파에 대항해 좌파 정치권에서 내놓은 증세와 임금 인상, 제품 가격 동결 같은 조치보다는 감세와 반이민 정책이 오히려 낫다고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파가 약진하자 의회 해산을 선언하고 오는 30일과 다음달 7일 1·2차 하원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프랑스 하원 선거는 1차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12.5% 이상 득표한 후보들이 나서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의원이 결정된다. 프랑스 국민들은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고, 정치권은 요동치고 있다. 총선을 의식한 경쟁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자 프랑스 경제는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RN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 철회를 시사하며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인하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관련 재정 비용만 240억유로에 달한다. 또 유럽연합(EU) 규칙에 반하는 '프랑스 기업에 대한 정부조달시장 참여 특혜'까지 예고했다.

이에 대응해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은 연금 개혁 폐기 공약에 동의하며, 공공 부문 급여 향상과 혜택 상향 및 최저임금 14% 인상안을 내놓았다. 생필품과 식품·에너지 가격을 동결하고, 부유세를 재도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FT는 극우파·극좌파의 포퓰리즘 공약에서 재정 마련에 대한 대안은 없으며, 좌·우파 모두 마크롱 대통령의 기업 친화적 정책과의 단절을 원하는 만큼 경제계 리더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죽하면 극우파의 경제 정책은 백지에 가깝고, 극좌파의 소신은 '프랑스가 자본주의 체제를 떠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FT와 인터뷰한 프랑스의 한 상장사 CEO는 "전염병과 콜레라 사이에서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지난 15일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엘라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 이후 전국적인 파시즘 반대 시위에도 극우파 RN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RN은 지지율 32%로 선두를 보였고, NFP가 26%로 2위를 기록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우파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앙상블)는 17%에 그치고 있다.

RN 측 후보들은 20대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를 총리실에 보내자는 구호를 내걸고 있으며, 좌파 연합 측은 "극우에 반대해 뭉치자"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앙상블은 "공화국을 위해 함께"라며 마크롱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나서고 있다.

중도 우파 집권당의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좌우를 공격하며 중도층 결집을 유도했다. 아탈 총리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극우나 극좌의 승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앙상블"이라며 "양 진영 모두 자금 마련책도 없이 수천억 유로에 달하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우리는 이들처럼 실현 불가능한 것들을 약속하지 않는다"고 책임 정치를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증시는 지난 일주일 새 6% 이상 급락하며 시총 2580억달러가 증발했다. 국채 금리도 요동치며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독일 국채와 프랑스 국채의 수익률 격차가 2017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알베르토 토치오 카이로스파트너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3~4주간 불확실성의 시기에 있으며 불행히도 시장이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중동·아프리카 이민자가 많은 프랑스 체육계는 극우 정당 반대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날 프랑스 일간 레키프에는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 200명의 호소가 실렸다. 체육인들은 "스포츠에 열정을 지닌 모든 이에게 극우 발호에 맞서 행동에 나서자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프랑스 축구대표팀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오스트리아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극단주의와 분열을 부르는 생각에 반대한다"며 "정치와 축구를 섞지 말라고 하지만 이것은 내일 경기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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