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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가능성…무슨 내용 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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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관계 명칭보다 협정 내용 중요

‘한반도 통일’ 표현 삭제 가능성

비공식 대화에서 무기거래 논의할 듯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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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협정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북·러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 북·러관계를 격상하면서 정치적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전망이다. 다만 이런 관계 명칭은 정치적 수사 성격도 있어서 실제 협정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18~19일 북한을 방문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샤코프 보좌관은 “문서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 문서가 체결된다면 현재의 세계 지정학적 상황과 러시아, 북한 양자 관계 수준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협정이 기존 북·러 간 조약 등을 대체할 것이라고도 했다.

협정에는 북·러가 군사, 안보, 정치, 외교, 경제, 과학,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기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포괄적’이란 표현은 정치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력한다는 뜻이, ‘전략적’은 양자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서도 협력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북·러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되면, 동맹을 제외한 가장 높은 수준의 관계가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러는 앞서 2000년 2월 ‘친선·선린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가장 낮은 단계의 ‘선린·우호’ 관계에서 동맹의 전 단계로 수직 상승하는 것”이라며 “북·러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법률적 기초를 세워, 군사협력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협력을 제도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실장은 또 “향후 북·러가 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한국과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형식상 북·러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보다 격이 낮다. 그러나 국가 관계를 규정하는 명칭을 동일 선상에 놓고 우위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관계 명칭과 관련한 국제적인 합의가 없고 국가마다 필요에 따라 특별한 수식어를 붙일 때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몽골, 아르헨티나 등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인도와는 ‘특별하고 특권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중국과는 ‘새 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한국도 중국 및 러시아와 각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으나, 인도 등과의 관계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설정했다. 덴마크와 관계에는 ‘포괄적 녹색 전략적 동반자’라는 표현을 붙였다.

또 실제 협력의 정도가 명칭이 풍기는 위상과 차이가 날 때도 있다. 이 때문에 북·러가 이번에 맺을 관계의 명칭보다는 협정에 담길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성훈 한국외대 교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는 (이름만 놓고 봤을 땐)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한·중, 한·러 관계가 그렇듯이 관계의 명칭과 실질적인 협력 수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북·러의 협정 내용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 교수는 “협정문의 행간, 체결 맥락, 향후 행보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관계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양측의 새로운 협정에서 유사시 군사원조 등 ‘자동 개입’ 내용이 담길지가 주요 관찰 포인트다. 형식상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이지만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격상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본다. 또 협정에 ‘한반도 통일’ 관련 조항은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러가 2000년 2월에 맺은 조약에는 “독자성, 평화통일, 민족결속 원칙에 따른 한반도 통일”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통일’ 지우기에 나선 상황이다. 협정에서 통일 관련 항목을 제외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9일 공식 회담에 이어 비공식 대화도 진행한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비공식 대화를 두고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기 때문에 꽤 많은 시간이 할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북·러 간 무기거래 등과 관련한 얘기가 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러가 이번 회담을 통해 관계 강화를 위한 협정 등을 체결한다고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까지 장기적으로 관계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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