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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현대차도 축소한 초고층 빌딩…인천 103층 건물은 실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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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약 체결 후 1년간 제자리…"층수에 얽매이지 말아야" 의견도

인천경제청 "원안 추진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변경 여부 검토"

연합뉴스

송도국제도시 랜드마크 타워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에 지으려던 105층 건물을 55층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인천 송도에 들어설 초고층 타워 사업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송도 6·8공구 개발 관련 핵심 사업으로 103층(420m) 높이 이상의 초고층 랜드마크 타워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민간사업자 블루코어컨소시엄이 기본협약을 맺으며 사업을 본격화하는 듯했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하반기에 국제 디자인 공모를 실시해 구체적인 건물 층수와 높이 등 설계를 확정하려 했지만, 아직 발주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처럼 사업이 더딘 이유는 초고층 빌딩 건립에 따른 인천국제공항 항공기 운항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지방항공청과 반년 가까이 논의를 진행 중인 탓이다.

여기에 국방부 역시 초고층 빌딩의 존재가 미사일 기지에서 주고받는 전파를 방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 군 당국과의 사전 협의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송도는 인천공항 활주로의 반경 4㎞ 밖에 있어 고도제한 구역은 아니지만 항공로에는 포함되는 만큼 항공기 운항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연합뉴스

송도 6·8공구 중심부 개발사업 조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지역 정가에서는 건물 높이나 층수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대처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천시의원들은 최근 정례회에서 6·8공구 개발 사업이 1년 넘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따지며 불가피할 경우 협약 내용 변경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김대중 의원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높이가 높아서 세계적인 랜드마크가 된 게 아니다"라며 "높이에 연연하지 말고 협약을 변경해서라도 국제 공모를 빠르게 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박창호 의원은 "100층 건물을 관리하는 것과 50층을 관리하는 것은 20년 후에 관리비 차이도 엄청날 것"이라며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송도 랜드마크 타워도) 효율적인 시설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권 의원도 "송도 6·8공구 사업은 지역주민과 약속인 오랜 숙원사업인데 랜드마크 층수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는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며 "창의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발전적으로 나가기 위해선 협약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일단 103층 건립 원안을 추진하되 대내외적 여건에 따라서는 정책 결정을 통해 변경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정례회 질의에서 103층 높이 이상이라는 조건이 절대적인지 묻는 말에 "그렇진 않다"며 "103층을 전제로 하되 서울항공청이나 국방부 협의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은 수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당초 기본협약안을 충족할 수 있는 선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며 "불가피한 부분이 있으면 내부 정책 결정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초고층 건물 건립 사업이 공사비 상승과 고도 제한 문제 등으로 변경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옛 한국전력 터에 105층 규모의 건물을 지으려던 계획을 55층 2개 동으로 바꾸겠다며 설계안을 변경했지만, 인허가 주체인 서울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며 제동을 걸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갈대숲 우거진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중심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송도에서는 앞서 국내 최고층 건물 건립을 목표로 여러 차례 사업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초된 바 있다.

2007년 추진된 151층 인천타워 건립 사업은 부동산 경기침체 등에 따라 개발 여건이 나빠져 결국 물거품 됐고, 인천시는 민간 사업자에게 860억원 상당의 사업비를 물어줘야 했다.

이후 유정복 인천시장이 2022년 6월 인수위원 토론회에서 국내 최고 높이 롯데월드타워(123층·555m)보다 높은 국내 최고층 건물을 송도에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주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151층 규모의 초고층 타워 계획을 부활시킬 것을 요구했으나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결국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지난해 103층 규모의 타워 건립 구상을 확정한 상태다.

작년 5월 체결된 협약상에는 블루코어컨소시엄이 사업비 7조6천억원을 들여 송도 128만㎡ 터에 103층 이상 랜드마크 타워를 중심으로 도심형 테마파크와 18홀 대중골프장, 주거·상업·전시시설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연내에 국제 디자인 공모를 진행하고 2026년 상반기에 실시계획 변경 승인이 완료되면 본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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