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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준형의 '청맹과니'] 어머니의 유리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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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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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친구의 석판을 훔쳐서 집에 가져왔다. 그런데 어머니는 야단을 치기는커녕 아이를 칭찬해 주었다. 이번에는 아이가 망토를 훔쳐왔다. 어머니는 또 칭찬해 주었다. 이런 일은 계속 되었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청년이 되었다. 그러나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했던가! 이 청년은 큰 도둑이 되었다. 붙잡혀서 법정에 서게 된 청년은 재판관에게 어머니 귀에 대고 할 말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관이 허락하고, 어머니가 청년의 입에 귀를 갖다 대자, 청년은 어머니의 귀를 물어뜯었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그러자 청년이 말했다. "제가 처음 석판을 훔쳐왔을 때, 어머니께서 꾸짖어 주셨다면, 지금 이 법정에 서 있지 않았을 겁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서양 속담에 '어머니의 눈은 유리 눈이다.'라는 말이 있다. 유리는 모든 빛을 통과시켜버리고, 무엇 하나 걸러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눈에는 자식의 잘못이나 나쁜 점이 걸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머니가 냉정하게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으면, 아이도 어머니도 불행해 진다.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교감선생님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고, 욕설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단조퇴를 선생님이 막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학교는 해당학생에 대해서 '등교 정지'처분을 내렸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등교 정지기간에 이 학생이 자전거를 훔치다가 들킨 것이다. 이번에도 학생은 신경질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선생님들은 어머니에게 상담과 교육을 권했지만, 어머니는 이를 거부해 왔다고 한다. 오히려 어머니가 아동학대를 주장하면서, 학교로 찾아와 담임선생님을 폭행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머니에게 자식은 한없이 사랑스런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아이 말부터 듣게 된다. 그런데 아직 어린 아이는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자기중심적으로만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엄마에게 자신의 잘못은 빼고 이야기하기 쉽다. 아이의 말만 들으면, 선생님들이 잘못한 것 같고, 친구들이 나쁜 것 같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지 않고 아이의 편을 들면,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점점 더 강화된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주변의 친구들이나 선생님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저런 극단적인 행동의 이면에는 학생 본인의 마음속 고통이 있을 수도 있다. 때로는 마음 속의 절규가 폭력적인 성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부모가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면, 아이는 치료받을 기회를 잃고 방치되어 버린다. 이런 경우에는 가장 큰 피해자는 해당 아동 자신이 되는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존재가 자식이다. 내 고통은 견뎌도, 아이의 고통은 견디지 못하는 존재가 어머니다. 그러나 좀 내려놓아야만 한다. 어떤 아이도 선하고, 착하고, 아름답기만 한 성장과정을 거칠 수는 없다. 우리들 역시 어렵고 힘든 역경과 고통을 통해서 성장해 오지 않았던가? 아무리 유리눈이라 하더라도, 아이의 잘못을 거를 수 있는 눈물 한 방울 정도는 남겨 두어야 한다.

김준형 /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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