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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현대차그룹, 'GBC 변경안' 놓고 서울시와 평행선…10년 넘게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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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55층 2개동 변경안 제출
서울시 "중대한 사안, 재협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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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공개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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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삼성동 부지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가치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관심을 가진 많은 투자자를 확보하려고 한다."

지난 2019년 5월 22일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현 회장)이 이규성 칼라일 그룹 공동대표와의 대담에서 그룹 신사옥 GBC(현대차그룹 명칭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서울시 명칭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투자 관련 질문에 답한 말이다.

지난 2000년대부터 신사옥 계획을 수립한 현대차그룹은 최근까지 설립에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GBC가 갖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의미가 상당한 만큼 관련 기관 입장차가 뚜렷한 모양새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은 최근 높이 등을 놓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17일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4일 실무진 회의를 열고 GBC 설계 변경안 입장을 주고받았다. 해당 회의는 실무 차원에서 입장을 확인한 자리다. 다만 본격적인 재협상 시작은 아니라는 것이 서울시 측 설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첫 임기를 시작한 2006년부터 현대차그룹은 신사옥을 만들고자 했다. 그룹 규모에 비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이 비좁아졌기 때문이다. 양재동 사옥 주변 지역을 매입해 복합 자동차 타운을 만드는 안도 추진됐으나, 부지 매입에 실패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인근 삼표레미콘 부지로 눈을 돌렸다. 당시 110층 GBC 건설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3년 계획은 좌초됐다. 초고층 건축 관리 기준상 50층·200m 이상 빌딩을 지을 수 있는 지역에 뚝섬 부지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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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4일 실무진 회의를 열고 GBC 설계 변경안 관련 입장을 주고받았다.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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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한국전력 삼성동 일대 부지 매각 입찰에서 삼성전자와 자웅을 겨룬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한전이 제시했던 감정가 3조3000억여원 3배에 달하는 10조5500억원으로 응찰해 삼성전자를 제쳤다.

높은 입찰가를 놓고 여러 말이 나왔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지나치게 높은 입찰가를 써서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단체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이사회 의사록 열람을 청구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2016년 현대차그룹과 사전협상을 진행하고 지상 최대 105층, 용적률 799%를 허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부지를 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공공기여 금액은 1조7491억원으로 결정됐다.

서울시가 현대차그룹에 특혜를 줬다는 시비도 있었다. 감사원은 2017년 1조9827억원을 환원받을 수 있는데 2336억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에 추가 보전받을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를 반영해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5월 착공했지만, 정의선 회장 취임한 그해 10월 기류가 바뀐다. 서울시 인허가 문제로 지지부진하고 공사비가 오르면서 현대차그룹은 층수를 기존 105층에서 55층으로 2개 동을 나누는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GBC 설립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자 현대차그룹이 GBC 개발사업단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기존 105층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까지 공사는 터파기 단계에 머무른 상태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올해 2월 설계 변경안을 서울시에 냈다. 변경안은 군사작전 제한 고도 이슈도 해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공기여 부담을 덜어줬는데 랜드마크를 포기한다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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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달 55층 2개동 GBC 조감도를 언론에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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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했던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0일 55층 2개동 GBC 조감도를 언론에 공개하며 조속한 인허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GBC 명칭도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center)에서 복합단지 성격을 강화한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complex)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중대한 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추가 협상 없이 계획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기존 명칭을 유지해야 하고 추가 공공기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향후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학자들은 GBC 기능성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변경이 생긴다면 인센티브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GBC의 위치를 고려할 때 도시 중심지로서 상징성이 있고, 초고층 건물의 의미를 대가로 용적률 상향이나 용도지역 변경 등 혜택을 받았다는 의견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GBC는 누구나 생각하듯이 도시 중심지로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이동, 유입을 촉발한다. 도시 얼굴로서의 상징도 있지만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주어진 것을 지키지 못하면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서 ‘융합’은 필수인 만큼 GBC 설립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본다. 현대차그룹은 GBC 타워동을 친환경 기술과 자율주행, 로보틱스, 목적기반차량(PBV), 도심항공교통(UAM) 등 기술이 인프라와 융합된 시설로 건설할 계획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모빌리티 핵심은 융합으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모이는 것이 맞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3위 반열에 오른 현대차그룹 위상을 고려할 때 현 사옥은 협소하다. 층고도 효율성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2016년 사전협상에 도시재생본부장으로 참여했던 진희선 전 행정2부시장(현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은 "서울시 입장에서는 사업 내용이 바뀌었으니 규정에 따라 다시 협상을 벌이자는 당연한 이야기로 보인다. 다만 초고층 시대는 지났기에 양측이 원만히 풀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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