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루들은 왜 ‘모디 3기’ 인도 주목할까
■ 경제+
최근 한 달 사이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투자 구루가 인도에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수많은 투자 전문가가 인도에 투자할 때라고 강조해 왔다. 이유는 대략 이렇다. 세계 최대인 14억 인구를 가졌고 나이도 평균 28세의 ‘젊은 나라’라는 것.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공급망 핵심 기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머지않아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 국가가 되리라는 것. 그리고 정치적으론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나렌드라 모디(74) 총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개표한 인도 총선(연방 하원 선거)에서 모디 총리는 3선에 성공했다. 그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을 주축으로 하는 여당연합(NDA)은 293석을 차지해 230석을 얻은 야당연합(I.N.D.I.A)을 꺾었다. 하지만 인도국민당 단독으로는 과반에 미치지 못한 240석에 그쳐 ‘가까스로 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디가 압승에 실패하면서 인도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모디 3기가 출발하는 지금, 많은 전문가의 추천대로 인도 투자를 시작해야 할 때일까. 여전히 남아 있는 불안 요소는 무엇일까.
이번 선거 결과에 투자 심리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도 투자자는 모디의 승리를 간절히 바랐다. 지난 3일 출구조사에서 여당연합이 400석의 압승을 거둘 거라는 예상이 나오자, 인도 증시 대표지수인 니프티(Nifty)50는 3.4%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4일 투표함이 열리고 예상보다 야당이 선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Nifty50는 5.9% 급락했다.
김주원 기자 |
선거 기간 모디 총리를 괴롭힌 것은 고속 성장에 따른 반작용과 힌두교 우선주의에 대한 반발이었다. 야당은 소득 불평등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모디 1·2기 동안 최상위층의 소득이 크게 늘어난 반면 하위층 소득은 줄어 불평등이 커졌고, 청년 실업률도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이번 선거 결과로 정책 시행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지난 10년간의 정책이 연속성 있게 유지된다는 데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집권당 과반수 획득 실패로 인한 실망감에 단기적으로는 증시 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지만, 모디의 당선으로 리스크가 해소되며 중장기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모디 3기에는 악화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민생 복지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소비 여력이 개선돼 소비시장 잠재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총선 결과 쇼크로 인한 증시 급락은 저가 매수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
인도 증시는 2023년 12월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의 주식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모디 총리가 취임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인도 Nifty50 지수는 중국은 물론 미국 S&P500 지수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다.
박경민 기자 |
전문가는 인도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포스트 차이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본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중 갈등이 지속하고 중국 증시가 침체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인도로 흘러들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로 매년 6~7%의 GDP 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정부의 인프라 투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정보통신(IT)과 금융 인프라를 확충하면서 온라인 거래와 주식 투자가 더욱 활발해졌다.
하지만 인도가 중국을 대체한다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덩치 차이가 너무 커서다. GDP 순위는 중국이 2위, 인도가 5위지만 규모는 중국이 18조5300억 달러(약 2경5451조원), 인도는 3조9300억 달러(약 5398조원)로 차이가 크다. 중국보다 인도의 GDP 성장률이 높다고 해도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
경제 규모뿐 아니라 두 나라의 산업구조도 사뭇 다르다. 제조업 중심인 중국과 달리 인도는 서비스업 중심이다. 문제는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제조업이 약한 탓에 무역 수지에서도 늘 적자다.
박경민 기자 |
관건은 모디 총리가 힘주고 있는 제조업 부흥책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에서 생산하자)의 성공 여부다. 인도는 높은 관세와 불합리한 행정 절차 등으로 악명 높았지만, 모디 정권 이후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에서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에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란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모디 정권이 외국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인도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014~2023년까지 9년간 4480억 달러(약 615조원)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급격하게 오르던 인도 증시는 총선을 앞둔 최근 몇 달간 박스권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청신호를 켰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24년 3분기(2023년 10~12월) GDP 성장률은 8.4%를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7.1~7.4%)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도 소비재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도시화’다. 인도는 GDP가 세계 5위지만 도시화율은 35.9%(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81.4%)은 물론 중국(63.6%)보다도 훨씬 낮다. 하지만 모디 정권 이후 도시화율이 매년 2%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모디 3기의 제조업 활성화, 인프라 강화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도 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 집중 지원이 예상되는 방산, 인프라, 신재생 섹터와 철강, 기계설비 등 자본재를 주목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인도 증시가 오랜 기간 오름세를 이어온 만큼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전문가는 인도 경제가 과거 중국과 같은 고성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인도의 GDP 수준과 제조업 강화 정책 기조를 보면 2000년대 후반의 중국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MSCI 인도 지수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5.9%로 글로벌 평균보다 높다. 수익성이 있기 때문에 마냥 ‘거품’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인도 주식시장은 아직 국내 개인 투자자가 직접 접근할 수 없다. 투자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국내 또는 미국 등에 상장된 인도 주식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 ▶인도 주식을 담은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것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인도 종목의 주식예탁증서(DR)를 사는 것이다.
개별 종목 투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에게는 국내·외 ETF 매매가 가장 편리하다. 인도의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대형주 50개를 담은 Nifty50 추종 ETF에 투자할 만하다.
예를 들어 인도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재 시장 확대에 주목한다면 국내에 상장된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가 있다. 자동차·농기계 회사인 마힌드라&마힌드라, 뷰티·생활용품 기업 힌두스탄유니레버, 자동차 회사 마루티스즈키, 인도판 ‘배달의민족’인 조마토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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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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